지난 2015년 서울 강남구 개포로 SH공사 강당에서 이뤄진 장기전세주택 방문 청약접수 현장. 연합뉴스
소득 제한을 두지 않는 중산층 대상 공공주택의 원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때 공급된 ‘장기전세주택’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 급등으로 주거불안이 소득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확대됐을 때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온 주택정책이라는 점에서 지금과 유사하다. 오 전 시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기본주택에 대해 ‘15년 전 도입했던 장기전세주택과 발상이 유사하다’며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주변 시세 80% 수준에 20년 장기 거주를 보장하는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1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서울시 종합주택정책 때 최초로 언급된 이후, 그해 7월 입주 자격에서 소득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산층 임대주택’으로 주목받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 주체로 나선 데 따라 ‘시프트’(SHift)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2009년에 임대주택법 개정으로 공공임대의 한 유형으로 법제화됐으며,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 완화 등을 대가로 주고 확보한 임대주택의 일부 물량이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됐다. 당시 재건축된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등 강남권에도 장기전세주택 물량이 공급된 바 있다.
장기전세주택이 기존 공공임대주택과 크게 달랐던 점은 입주자격을 소득 9~10분위에 해당하는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80%까지 확대하고 이들에게 기존 국민주택 규모(85㎡)를 초과하는 대형 평수를 공급했다는 것이다. 장기전세주택 공급 초기(2007~2011년)에 공급된 물량 1만6660호 가운데 10.5%(1764호)는 전용면적 85~114㎡ 규모의 대형 평수로 공급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 공급량은 현재까지 3만2936가구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공임대 정책이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1인가구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소형 평수를 공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역시 대형 평수 공급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현재는 ‘시프트’라는 이름은 쓰지 않고 ‘역세권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월평균 도시근로자 소득 120%까지 입주할 수 있는 60㎡ 이하 장기전세주택만 공급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자산관리학과)는 “시프트 때는 저소득층에게 공급되는 공공임대 물량 자체도 충분치 않아서 중산층으로 입주자격을 확대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공공임대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소셜믹스 형태로 저소득 계층만이 아닌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공공임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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