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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투기는 막되 실수요자 대출 ‘숨통’은 터줘야

등록 2020-07-06 05:00수정 2020-07-06 08:22

분양가 11억 아파트 계약금만 2억
중도금 대출도 안돼 ‘진입 벽’ 높아
“실수요자 대출 소득기준 조정 필요”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이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선보이는 재건축 아파트 ‘대치 푸르지오 써밋’의 전용면적 59㎡(25평형)는 주변시세보다 30~40% 낮은 분양가 11억원대에 일반분양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 주택은 투기과열지구의 분양가 9억원 초과라는 이유로 중도금 집단대출은 불가능하고, 잔금대출은 시세의 약 40~50%(9억원 이내 40%, 초과분 20%)가 예상된다. 이런 중소형 신규 분양 물량은 청약 가점제를 통해 100% 무주택자만 청약할 수 있어, 언뜻 보면 정부가 강조하는 ‘실수요자 중심 청약제도’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약금만 2억원이 넘는 이 아파트를 대출금 없이 계약하려면 가족 누군가로부터 현금을 조달하거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을 보유한 ‘금수저’라야 가능하다. 전세금이 재산의 전부인 일반 봉급생활자로선 엄두를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일부 사례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애초 취지와는 달리 현금부자, 금수저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긴급 현안보고를 받은 뒤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의 배경에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6·17 대책의 대출 규제에 반발하는 ‘3545세대’의 민심 이반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대폭 확대된 규제지역에서 아파트 잔금대출 규제가 소급 적용된 문제가 가장 큰 논란거리다. 인천 등 비규제지역이었다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새로 지정된 곳에서 입주를 앞둔 신규 주택 계약자의 잔금대출이 종전 시세의 70%에서 하루아침에 기존 중도금 대출액(분양가의 최대 60%) 이내 또는 시세의 40~50%(9억원 이하 투기 40%·조정 50%, 9억원 초과분 투기 20%·조정 30%) 수준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대책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주택자로서 자신의 모든 자금과 대출을 끌어모아 아파트 대금을 맞춰놓았는데 갑자기 정부 대책으로 대출이 줄어들고 돈을 마련할 방법은 없어 아파트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는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대해선 일부 재검토 또는 미세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초저금리로 인한 시중 유동성의 부동산 시장 쏠림을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대출 규제는 지속돼야 하지만, 생애 첫 주택 구입 등을 위한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담보대출에 한해서는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0%포인트를 가산해주는 실수요자 기준을 현행 주택가격 5억원(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6억원) 이하, 연소득 6천만원(부부 합산 7천만원) 이하에서 상향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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