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으로 다주택자가 주택 투기에 악용하는 법인에 대한 규제가 처음 실시됐지만, 실제 법인이 주요한 투기세력으로 등장한 시점은 2018년 11월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투기과열지구 자금조달계획서 매수 주체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2018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29개월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자료다. 2017년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때 매매 주체 및 대금 출처 등을 기록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자료를 보면 2018년 10월 이전 2~3% 수준이던 법인 매수 비중은 2018년 11월 8%, 12월 9%로 크게 늘었다. 당시는 2018년 9·13 대책으로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서울 등 규제 지역 내 주택을 신규로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을 때다.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는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2년 내 전입하지 않으면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될 정도로 개인의 주택 투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대출 규제로 개인의 주택 거래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법인은 규제를 피했다. 2018년 11월 개인 매수 신고량은 8월 대비 급감(2만1648건→4890건)했지만 법인의 신고량(404건→421건)은 오히려 늘었고, 전체 신고량에서 법인 매수 비중(2%→8%)도 급등했다. 이후 2019년 3~6%대를 오가던 법인 매수 비중은 지난 2월 다시 8%(1만3675건 중 1145건)로 뛰었고, 이후 5%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6·17 대책에서야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막론하고 법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2018년 연말에 본격화된 법인의 주택 투기는 2019년을 거친 뒤 올해 초 전국화됐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 주체 자료를 보면, 2018년 11월과 2020년 4월을 비교했을 때 인천(0.92%→7.09%)은 법인 매수 비중이 10배 가까이 늘었고, 청주(0.38%→9.6%)는 25배 폭증했다. 법인 매수 비중이 늘어난 곳들 다수가 6·17 대책 때 신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법인이 일종의 작전세력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게 포착된 것이 올해 초”라며 “주택 가격이 급등할 때는 순발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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