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3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경우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등의 갭투자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뉴스
6·17 대책은 갭투자를 막을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 1월~5월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 6개 구에서 이뤄진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 중 64.2%는 전세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였다. 무주택자(43%), 1주택자(42.5%)의 갭투자 비중보다 1.5배 많은 수치다. 전세대출 규제로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갭투자를 막아도 다주택자의 갭투자는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주택자의 주택 투기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은 다주택자의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해 거래세 강화 정책을 실시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8일 낸 ‘영국의 부동산 조세정책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영국은 다주택자에 대해 거래세를 중과한다. 실거주가 아닌 임대 목적의 주택 구입 대출이 2008년 이래 40%나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는 2016년 3월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거래세를 1주택자보다 3%p 높였다. 150만 파운드(약 22억6천만원)를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 다주택자 거래세율은 15%에 달한다. 한국은 1~3주택 거래세율이 3%로 동일하고 4주택부터 4%를 적용한다. 150만 파운드(약 22억6천만원) 초과 주택을 구매할 때 영국 2주택자의 거래세(3억7500만원)는 1주택자(2억7100만원)보다 1억원이 많다. 한국은 1주택자나 2주택자나 거래세(7910만원)가 똑같다.
출처: 국토연구원, 영국의 부동산 조세정책과 시사점, 2020.6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이 최고 7%였던 거래세율을 2018년 10월부터 15%로 두 배 이상 올린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초고가주택 기준과 유사한 100만 파운드(약 15억원) 상당의 주택 거래세율은 기존 5%(약 7500만원)에서 10%(약 1억5000만원)로 올랐다. 한국은 같은 조건에서 3%(5250만원)를 적용받는다. 거래 자체에 드는 비용이 시세 차익을 압도할 정도로 높은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영국은 고가 주택 거래세율 인상 및 다주택자 거래세 중과제도를 통해 주택 가격 급등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실제 2016년 상반기까지 8% 상승했던 주택 가격 상승률은 2016년과 2018년 거래세 강화 정책 이후 조정기에 진입해 2019년 0% 수준으로 떨어졌다.
싱가포르는 1주택자 거래세율이 0%다. 대신 2주택자 이상의 거래세율은 강화되고 있다. 2013년까지는 2주택 0%, 3주택 이상이 3%를 적용받았으나 2018년 6월부터는 2주택은 12%, 3주택은 1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양도세는 실거주 요건이나 보유 기간을 강화하는 게 국제적인 흐름이다. 영국은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 되려면 단순히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안 되고 보유 기간 내내 ‘실거주’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16 대책에서는 소득세법을 개정해 1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실거주 요건을 부과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과거엔 10년 ‘보유’만 해도 양도세의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소득세법이 개정되면 2021년 1월부터 양도하는 주택은 10년 보유(연간 4%)+10년 거주(연간 4%) 조건을 충족해야 80%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양도세율이 최고 42%(기본 세율 19%+사회보장세 17%+시세 차익 5만 유로 이상 최고 6%)로 한국과 동일하다. 영국처럼 실거주를 따지지는 않지만 6년 이상 보유했을 때 양도세 공제 혜택이 있다. 한국은 3년부터 공제를 받는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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