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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아파트에 발효실·책방·텃밭·목공소…주거 패러다임 바꾸는 실험

등록 2020-06-25 05:00수정 2020-06-25 11:08

‘위스테이 별내’ 29일 입주
입주민 위해 막걸리 빚는 ‘협동조합’ 아파트

발효실·책방·텃밭·창작소·목공소 등 단지 곳곳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2777㎡ 규모 기존아파트의 2.5배
체육관 운동 주치의·동네지기…자격증 있는 입주민이 맡을 예정
이달 29일 입주를 앞둔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 ‘위스테이 별내’. 더함 제공
이달 29일 입주를 앞둔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 ‘위스테이 별내’. 더함 제공

“제가 만든 이 막걸리 맛좀 보시고요. 고두밥과 누룩 가루를 이렇게 물과 함께 적당한 비율로 섞은 뒤 이곳 발효실에서 3일간 숙성시키면 감칠맛 나는 생막걸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24일 경기 남양주시 ‘위스테이 별내’ 아파트 동네카페(주민카페)에서 만난 손병기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달 말 아파트 입주 잔치 때 주민들과 함께 나눠마실 막걸리를 정성껏 빚고 있었다. 위스테이 별내 입주 예정자들의 모임과 의사 결정을 이끌고 있는 손 이사장은 동네카페 발효실 운영위원장도 손수 맡을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입주민 누구나 막걸리를 만들고 장도 담글 수 있는 발효실을 만든 것은, 주민 간 소통을 위한 것이 1차 목적이지만 더 나아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청국장 등 우리 발효음식에 좀 더 친숙해지도록 하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꿈이 현실로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 별내’가 2년3개월만에 완공돼 오는 29일 첫 입주를 앞두고 24일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현장에서 본 위스테이 별내의 내부 설계나 단지 조경 등은 일반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7개 동, 491가구인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74, 84㎡ 등 3가지 주택형으로 구성됐는데 모두 넓어진 드레스룸과 다용도 수납공간 등 최신 설계 경향이 반영됐다. 그러나 단지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은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지향하고 있는 ‘아파트 마을 공동체’의 활기찬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커뮤니티 시설 면적만 2777㎡로 기존 아파트의 약 2.5배에 이른다.

이날 직접 둘러본 주민 커뮤니티 공간은 동네카페, 동네체육관, 동네책방, 동네텃밭, 동네창작소, 동네목공소, 동네방송국 등 명칭부터 친근감을 풍겼다. 동네목공소에는 각종 목공예 공구와 작업대가 가지런히 갖춰져 있었고 동네책방(도서관)에는 주민들이 추천한 도서 3500여권이 준비됐다. 동네방송국에는 드럼 등 취미생활용 악기와 연주공간이 마련됐으며 동네체육관에는 최신 운동기구가 설치돼 입주와 동시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체육관에서는 생활스포츠지도사 등 자격증을 갖고 있는 2인이 주민들의 운동을 돕는 ‘우리동네 운동 주치의’로 활동할 예정이다. 아파트 관리소장도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는 한 입주민이 맡을 예정인데, 관리소장이라는 명칭 대신에 ‘동네지기’로 불리게 된다. 또 경비원은 ‘동네보안관, 환경미화원은 ‘동네벼리’로 명명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웃한 2800여세대 아파트 주민들까지 아울러 지역 생활정보 공유 채널로 활용될 모바일 커뮤니티 플랫폼의 명칭은 ‘동네한바퀴’로 정해졌다.

■소유와 임대 동시에…주거 패러다임 바꾼다

위스테이 별내는 사회적혁신기업 더함이 지난 2016년 12월 국토교통부의 협동조합 뉴스테이 공모사업 사업주관사로 선정된 뒤 협동조합 설립 등 준비를 거쳐 2018년 3월 착공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더함 등이 참여한 부동산투자회사(임대리츠)가 사업비를 조달하고 사업주관사가 입주자를 모집하는 동시에 건설사에 시공을 맡겨 민간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시공은 계룡건설산업이 맡았다. 아파트 입주자는 협동조합에 출자한 조합원이면서 동시에 임차인으로서 주변 시세보다 20~30% 저렴한 임대료로 8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전용면적 84㎡의 임대료는 보증금 2억8천만원에 월 임대료 10만원이다.

이번에 첫 입주하는 위스테이 별내는 협동조합을 통해 임차인들이 아파트를 간접 소유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 주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입주와 동시에 조합원들의 출자금(1인당 3500만~4천만원)으로 리츠의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서 8년 뒤 임대기간이 끝났을 때 분양전환이나 임대 운영 지속 여부 등을 놓고 조합원들도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이 아파트 자산 전체를 인수하는 새로운 실험이 가능해졌다. 양동수 더함 대표는 “8년 뒤에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아파트 자산을 리츠로부터 인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분양보다 임대로 계속 거주하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요구도 수용하는 등 여러가지 대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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