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전세대출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6·17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통해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갭투자(전세보증금을 낀 주택 구입)를 한층 더 규제하기로 하면서, 전세대출을 이용하지 않는 ‘현금부자’의 갭투자를 억제할 대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금부자 갭투자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지난해 ‘12·16 대책’에 포함됐으나 법안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및 다주택자 세부담 상한 상향,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거주기간 요건 추가 등이 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 말을 종합하면, 올해 서울지역의 3억원 초과 주택 매매거래 중 매수자가 기존 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승계하는 방식인 갭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지난 1월 서울의 보증금 승계 매매거래 비중은 48.4%였으나 5월에는 52.4%로 높아졌고 특히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보증금 승계 비중은 57.5%에서 72.7%로 크게 늘어났다. 또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는 노원·도봉·강북·금천·구로·관악구의 주요 24개 단지만 따로 살펴봤더니, 1~5월 거래 중 보증금 승계 비율이 무주택자 43%, 1주택자 42.5%, 다주택자 64.2%로 나타났다. 이전부터 다주택자의 전세대출이 금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까지도 전세대출을 이용할 여지가 있는 무주택자보다는 현금을 동원해 갭투자에 나서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국토부 통계에서도 확인되는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현금부자의 갭투자를 법으로 규제하긴 어렵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주택거래 허가제 등이 도입돼야 하지만 과잉 규제 논란과 함께 위헌 소지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큰 부담을 느낄 정도의 중과세를 통해 집값 상승에 따른 기대수익을 떨어뜨린다면 갭투자 확산을 억제하고 집값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종부세 세율 인상 및 세부담 상한 상향,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기간 요건을 추가하는 방안 등 지난해 12·16 대책에 포함됐으나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세제 강화 방안부터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달 21대 국회 개원 이후 여당은 먼저 소득세법 개정에 나섰다. 23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보면, 실거주 목적의 주택 소유를 유도하기 위해 1세대 1주택에 대해 보유기간에 비례해 적용하던 양도세 공제율을 보유기간과 함께 거주기간도 비례해 적용하도록 했다. 예컨대 지금은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 80%의 공제율이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10년 이상 보유하면 40%, 10년 이상 거주한 경우 40%의 공제율을 각각 적용해 최대 80%의 공제를 받도록 한 것이다. 종부세법의 경우 12·16 대책의 정부안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세율을 0.2~0.8%포인트 인상하고 세부담 상한은 200%에서 300%로 높이는 게 핵심으로,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돼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될 예정이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현금부자들의 갭투자 확산 억제를 위해 종부세와 소득세법 등 입법 사항을 조속히 완료하는 한편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의 경우 2년 이상 거주 조합원에 대해서만 분양신청을 허용하는 등 전방위적인 갭투자 유인 줄이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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