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는 평생 전세나 살라는 것인가.”
일각에서 전세대출 규제를 통해 수도권 갭투자를 막은 6·17 대책이 투기수요가 아니라 실수요를 규제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집값을 잡아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 대책에 불신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갭투자 규제 대책은 실거주 목적으로만 집을 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17일 발표한 갭투자 규제는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3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고, 받았던 사람도 3억원 초과 주택을 살 경우 회수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만든 이유는 갭투자를 통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갭)만을 지불하고 주택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국토부가 18일 올해 1~5월 서울 중저가 주택이 많은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 등 6개 구의 주택구입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주택을 구입한 사람 중 무주택자의 43%가 보증금을 승계한 일종의 갭투자로 주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집을 샀는데도 바로 들어가 살지 않은 것이다. 서울 전역의 보증금 승계 거래 비중은 1월 48.4%에서 5월 52.4%로 늘었다. 강남 4구(57.5%→72.7%)의 증가폭은 더 크다. 임차기간이 남아 불가피하게 대기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단기간에 이런 정도의 증가폭을 보이는 것은 갭투자 영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6억원 이하 주택은 무주택자에게 5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등 여러 우대조건들이 있어 전세를 끼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며 “중저가 주택에 대해서도 보증금 승계 거래를 한다는 것은 시세 차익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가계금융과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의 주택 매수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 매수를 할 경우 구입한 주택에 들어가서 거주하라는 의미”라며 “무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용은 이번 대책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갭투자 역시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하는 것고, 모두가 집값이 뛸 거라고 믿고 집을 사면 실제로 집값이 뛰는 ‘자기실현적 기대’는 자산시장에서 투기가 일어나는 중요한 원인”이라며 “이번 규제는 정부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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