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잠실의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매매 알림판이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가 17일 ‘6·17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특히 수도권 재건축 관련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2년 이상 실거주한 재건축 주택 소유자에게만 분양권을 주기로 하면서, 현지에 살지 않는 외지인의 재건축 투자가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서울 강남권과 목동신시가지 등지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에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규제에 따른 영향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는 끊어지고 이번 대책의 영향과 집값 전망을 묻는 전화만 오고 있다”며 “외지에 사는 재건축 예정 단지 소유자의 경우 조합원 분양신청 전까지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데, 대상 아파트가 대부분 오래되고 주차난이 심해 실입주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며 한달 새 일부 단지 호가가 2억~3억원씩 급등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는 안전진단 절차가 강화된다는 소식에 술렁이고 있다. 목동신시가지의 경우 최근 6단지가 가장 먼저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사업 초기 단계로 조합원 분양신청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조합원의 2년 거주 요건에 따른 부담은 덜한 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양천구가 맡았던 안전진단 기관 선정·관리가 서울시로 넘어가면서 안전진단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를 비롯해 노원구 월계시영, 삼호4차, 상계주공6단지,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등 안전진단을 준비 중인 단지들도 사업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1분기 기준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거나 추진위 구성을 마치는 등 조합설립인가 전 단계에 있는 단지는 70여개 단지, 5만여가구에 이른다.
일각에선 외지의 집주인들이 분양권을 받기 위해 실입주하면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전셋값 상승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2년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재건축 주택에 입주할 경우 그만큼 전셋집이 줄어드는 현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집주인들이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입주하지 않는 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조합원 실거주 요건 부여, 안전진단 강화로 최근 상승세를 보이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목동신시가지 등의 아파트값이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에 놀란 매수 희망자들이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집값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이 이날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15일 조사 기준 6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7% 올라 지난주 석달 만의 상승 전환에 이어 오름폭을 키웠다.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SID) 개발 사업 호재가 있는 송파구가 0.14% 올라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강남구(0.11%), 서초구(0.10%), 강동구(0.07%) 등 강남 4구가 일제히 올랐다. 정부와 서울시는 6·17 대책을 통해 개발사업 영향권에 있는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2년 이상 실거주용 주택만 매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긴급대책을 내놨다. 감정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17일 대책 발표 전에 이뤄져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높게 나왔다”며 “6·17 대책 영향은 다음주 이후 조사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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