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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집주인이 ‘을’ 되는 ‘전세 무한연장법’이다?

등록 2020-06-14 19:13수정 2020-06-15 02:34

[박주민 의원 발의 ‘전세 무한연장법’ 둘러싼 오해]

- 집주인이 '을'로 바뀐다?
임대료 체납·주택 파손하면 계약 거절 사유
임대인 실거주·리모델링 등으로도 갱신거절권 보장돼

- 한국은 전세가 많다?
8년 전 월세 비율이 이미 전세 추월
시장 상황에 따라 전세 가격 상승 1% 수준도 가능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설명 중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민TV 유튜브 갈무리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설명 중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민TV 유튜브 갈무리

최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입자에게 계약갱신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전세 무한연장법’, ‘재산권 침해’, ‘사회주의 발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이나 전월세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 등 유의미한 비판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당수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이라고 지적한다.

①임차인이 원하기만 하면 무조건 재계약?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계약기간만 2년으로 보장할 뿐, 임대인이 재계약을 거절하면 계약 기간 내 임대료 체납, 주택 파손 등의 과실이 없어도 무조건 퇴거해야 한다. 하지만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계약 연장을 해줘야 한다.

특히 박 의원의 발의안이 계약 갱신 횟수를 제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전세 무한연장법’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임차인이 원한다고 무조건 재계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료 체납, 주택 파손 등 임차인 과실이나 임대인 실거주, 리모델링 등 8가지의 갱신 거절 사유가 명시돼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세입자단체 쪽에서는 오히려 갱신 거절 사유가 너무 폭 넓어서 임차인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할 정도로 임대인의 갱신거절권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외국은 월세고, 한국은 전세라 안 된다?

일각에선 월세가 주류인 외국의 제도가 전세가 많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국의 전월세 비중은 2012년을 기점으로 역전돼 2016년부터는 60:40으로 월세 비중이 더 크다. 서울 아파트는 전세 비중(2019년 기준 72.4%)이 더 높지만, 이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투자의 레버리지(지렛대)로 이용하는 ‘갭투자’ 영향이 크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이 최근 입주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전국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 기준 전세가율(분양가 대비 전세가)을 조사해보니, 전국은 76.6%였고 서울은 86.3%에 달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변호사)은 “임차인 전세보증금이 전체 주택가격의 70%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해당 주택에 대해 임차인이 더 큰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럼에도 임대인의 권한이 훨씬 큰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제도”라고 말했다.

③전세가격 20% 폭등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면 사실상 전세 기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최초 계약 당시 전세 가격을 크게 올려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계약 갱신 횟수를 1회 보장(3년+3년)해 총 6년의 임대차 기간을 보장할 경우, 최대 21.57%의 임대료 인상이 예측된다는 법무부의 계약갱신청구권제 관련 연구용역 결과도 많이 회자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임대료가 연평균 11% 성장하는 ‘핫 마켓’(시장 과열)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임대료 성장률을 최저 2%~최고 11%로 상정했다. 임대료 성장률을 2%로 전제했을 때는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으로 인한 전세가격 상승폭이 최소 1.67%에서 최대 4.31%에 그쳤다. 해당 연구용역을 수행한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자산관리학)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제도의 파급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핫 마켓보다는 콜드 마켓, 즉 시장이 안정됐을 때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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