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전경.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U자형’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U자형 침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나타난 양상으로, 주택산업연구원 분석결과 당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고점을 회복하는 데 8년여가 소요됐다.
민간 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26일 코로나19로 인한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한 주택 시장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주산연은 4월13일~4월20일 주택 시장 연구자 및 부동산 업계 관계자(65명)와 건설사와 같은 주택 사업자(86명) 등 모두 151명을 상대로 부동산 경기 전망을 V자형, U자형, L자형, I자형 4가지로 물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수인 50.8%는 ‘향후 1~2년 간 하락 후 점진적인 회복세로 전환’하는 U자형 침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30.6%는 ‘올해 말까지 단기 급락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 회복세로 전환’되는 V자형 침체를 선택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침체기를 3~5년으로 보는 L자형(14.1%)과 장기침체로 접어들 것으로 보는 I자형(4.7%)을 선택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주산연이 2019년 1월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과 회복에 소요된 ‘침체 기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U자형 침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부동산 경기와 유사하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8년 9월에 고점을 찍었다가 하락하기 시작해 5년 만인 2013년 9월 저점을 찍었다. 이후 2016년 7월 고점을 회복하기까지 3년이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적으로 하락 기간이 6개월, 회복 기간이 9개월 등 모두 15개월이 소요된 데 반해, 서울은 8년1개월(하락 5년, 회복 3년1개월), 수도권은 8년3개월(하락 5년, 회복 3년3개월)이 소요되는 등 아파트 가격이 높은 지역의 침체가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서울의 침체 기간이 3년4개월(하락 1년1개월, 회복 2년3개월)로 전국의 침체 기간 3년9개월(하락 1년1개월, 회복 2년8개월)보다 오히려 짧았다.
주택산업연구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응답자의 50.8%는 현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에 대해 ‘시장 정상화를 위해 대부분 필요한 상태’(16.4%), ‘대출 규제, 종부세 등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는 시장 진정을 위해 적정한 상태’(34.4%)라고 응답했다. 다만 건설사 등 주택 사업자들은 52.3%가 ‘전반적으로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를 저해하는 너무 과도한 상태’라고 응답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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