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지난해보다 5.99%(서울 14.75%) 오르면서, 일각에서 아파트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소형·저가주택’의 기준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시가격 수준이 올랐으니 이 기준도 상향조정해 그간 무주택으로 인정받다가 갑자기 주택 소유자로 바뀌어 불이익을 겪는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게 과연 타당한 주장일까?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전용면적 60㎡ 이하, 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1억3천만원 이하(비수도권 8천만원 이하) 1주택 또는 분양권(계약금액 기준)을 소유한 세대가 민영주택을 청약할 때는 무주택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은 청약 가점제를 처음 도입한 2007년 당시 소형주택을 보유한 이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당시 무주택자로 인정한 ‘소형·저가주택’ 기준은 ‘전용면적 60㎡ 이하면서 공시가격 5천만원 이하’였다. 국토부는 이후 2013년 공시가격 7천만원 이하 주택으로 이 기준을 수정했고 2014년 ‘9·1 부동산 대책’에선 다시 1억3천만원(수도권)으로 대폭 상향조정해 지금에 이르렀다. 올해 공시가격이 1억3천만원인 주택이라면 시가로는 1억9천만원(현실화율 68.4%) 수준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2015년 이후 공시가격 변동에도 불구하고 현행 소형·저가주택 기준을 재조정할 필요는 없다는 태도다.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소형·저가주택 규정은 청약 가점제 도입에 따른 과도기적인 특례”라며 “가점제가 도입된지 13년이 지났으니 해당자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소형·저가주택 공시가격은 최근 크게 오르지도 않았다. 올해 전국 시·도 가운데 시세 3억원 이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폭이 컸던 곳은 서울(2.96%)과 대전시(5.86%) 정도로, 경기도(-1.90%)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에선 되레 하락하면서 평균 변동률이 -1.90%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시세 3억원 이하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이 전국 평균 -2.48%로 낙폭이 더 컸다. 즉 지난해 공시가격이 1억3천만원 미만이었다가 올해 이 기준을 초과해 무주택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는 서울과 대전 등에서만 극소수 나올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만일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수요자라면 다음달 주택가격 결정·공시일(4월29일) 이전에 주택을 처분하는 자구책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민영주택 청약 가점제의 무주택 기간 배점은 최대 32점(15년 이상)으로, 84점 만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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