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올해 부동산시장의 불안 요인 중 하나가 현실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이 크고 부동산시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금리 인하가 당장 집값 상승을 이끌 위험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대출 부담도 줄어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 ‘안전자산, 부동산 불패’라는 심리는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상수로 꼽혔던 이유다. 하지만 판데믹이 세계 경제를 타격하는 전대미문의 비상상황이어서 그간의 ‘금리-집값 반비례 공식’이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감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출구도 보이지 않는 터라 부동산시장도 다른 실물경제와 함께 잔뜩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고용 창출과 이사 등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위축되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에서 먼저 침체가 올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우려와 달리,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갈 것 같지 않다. 일반경제와 부동산경제가 동조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짚었다.
이미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강력한 대출 규제가 금리 인하로 인한 투기수요를 막아낼 ‘방파제’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12·16대책을 통해 9억원 초과분의 주택담보대출비율을 20%로 조이고 15억원이 넘는 주택은 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핵심간부는 “금리 인하가 분명 좋은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또 금융규제가 이미 돼 있으니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낙관하는 게 조심스럽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을 향한 금리 인하 효과는 ‘코로나19 이후’부터일 수 있다. 국내 방역에 성공하고 판데믹 상황이 종식된 뒤에 움직일 금리 0%대 시중 자금의 향배가 관건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오죽하면 금리를 낮출까’라고 해석하지, 집을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그때 가서 시장을 자극할 순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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