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최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아파트 분양 때 실물 본보기집을 대체한 ‘사이버 견본주택’ 운영이 보편화된 가운데, 전화로 이뤄지는 상담 서비스 이용이 폭증한 탓에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주택 수요자가 사전에 청약 자격, 중도금 대출 등 관련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깜깜이’ 청약한다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는 만큼, 상담사 확충 등 업계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주택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9블록에서 분양된 ‘과천제이드자이’의 경우 일부 수요자들이 전화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크게 애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1순위자 청약일 하루 전인 2일부터 당일인 3일까지 전화 연결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청약자격과 관련해 문의하려 했다가 끝내 포기했다는 김아무개씨는 “전화상담 운영 시간인 오전 10시~오후 6시에 수시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량이 많다는 안내만 들려올 뿐 하루종일 연결이 불가능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일 1순위 청약 접수에서 일반공급 132가구 모집에 무려 2만5560명(평균경쟁률 193.6대 1)의 청약자가 몰릴 정도로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부동산업계에선 ‘과천제이드자이’가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처음으로 공급된 단지인 데다, 시세 대비 분양가격이 낮고 청약자격은 까다로운 ‘민간참여 공공분양’ 주택이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고 상담 수요도 많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에스건설 관계자는 “20명의 상담사를 배치하고 전화로 응대했지만 청약일 직전 상담 전화가 폭주했고 한 고객당 통화 시간도 길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분양에 나설 주택사업자들은 ‘사이버 견본주택’, ‘유튜브’ 등의 눈에 보이는 정보제공 채널 외에 수요자에게 상담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기 위한 상담인력 배치 등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면, 분양가, 동·호수 배치 등 아파트 관련 정보 등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개인별 여건에 따른 청약 자격이나 중도금 대출 가능성 등 분양업체 관계자와 상담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청약 자격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청약하는 수요자는 ‘부적격’ 처리 등 불이익을 겪을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업체 쪽의 책임의식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