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팀이 밝힌 가족간 편법증여 사례. 국토부 제공
지난해 6월 20대 ㄱ씨는 금융기관 대출 4억5천만원에 본인 돈 1억원을 보태 서울 서초구의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였다. 부족한 매수 자금 4억5천만원은 부모가 세입자로 들어오는 형식으로 충당했다. 40대 ㄴ씨는 전세(9억5천만원) 낀 갭투자 형식으로 지난해 8월 강남구의 17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부모에게서 차용증 작성 없이 받은 5억5천만원을 보탰다.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에서 적발된 가족간 편법증여 의심 사례다.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서울시·금융감독원·한국감정원은 4일, 지난해 8~10월 신고된 서울 지역 주택 이상거래 사례 1333건(차입금 과다, 현금 위주, 실거래 허위신고 의심 사례 등)을 조사한 결과 탈세, 대출금 전용 등 768건의 탈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조사한 이상거래를 거래금액별로 보면 6억원 미만 주택이 503건(38%)이었고 9억원 이상은 475건(36%),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은 353건(26%)이었다.
이중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증여세 탈루였다. △전세금 형식으로 가족 간에 편법증여를 하거나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저가 거래로 증여세를 낮추고 △차용증 작성이나 이자 지급 없이 금전이 건너간 670건이 국세청에 통보됐다. 자치구별로는 서울 강남구가 109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82건), 강동구(56건), 성동구(54건), 영등포구(52건) 차례였다.
사업자금으로 대출받은 돈을 주택구입에 전용한 사례도 다수였다. 전자상거래 개인사업자인 ㄷ씨는 상호금융조합에서 개인사업자대출로 받은 5억원을 서초구의 21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데 보탰다. 소매업 법인이 상호금융조합에서 법인사업자대출 19억원을 받아 강남구의 25억원 아파트를 사들인 사례도 있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런 대출규정 위반 의심사례 94건을 추가로 조사해 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분양받은 강동구의 아파트 대금을 치르고 소유권만 지인 명의로 돌린 뒤 전세 형태로 그 집에 살고 있는 건은 명의신탁 의심 사례로 경찰청에 통보됐다. 또 계약일을 거짓으로 신고해 부동산거래법을 위반한 3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3천만원이 부과된다.
지난해 8월 이후 서울 지역에 집중했던 부동산 이상거래 정부 합동조사는 이달부터 경기 과천·하남시 등 투기과열지구 31곳으로 확대된다. 3월부터는 주택 구입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전 지역(조정대상지역의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의 주택거래가 조사 대상이 된다. 국토부는 1차관 직속으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설치해 이상거래와 시장교란 행위 조사 강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세법상 증여세를 내야 하는 건 예외 없이 조사해서 편법·불법 증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와 이상거래 근절을 통해 실수요자가 보다 두텁게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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