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부동산

길가 주택 ‘미니 재건축’ 90년대생 아파트 ‘리모델링’ 괜찮네

등록 2020-01-29 18:44수정 2020-01-30 02:35

‘12.16 대책’ 가로주택정비 활성화
건축물 간 거리·주차장 기준 완화
층수 제한을 7→15층 상향 가능
“집 필요한 서민에게 도움될 것”

‘리모델링 추진 절차 완화’ 법제화
땅주인 100%→75% 동의로 가능해져
사당 우성·극동·신동아 리모델링 선언
“용적률 높아 재건축 사업성 없어”

지난해 12월16일 정부는 보유세 강화와 대출규제를 뼈대로 하는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약속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와 인접한 노후주택 단지를 손보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정부는 강남 등 서울 지역 대규모 재건축을 집값 상승의 진앙으로 판단하고 재건축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반면, 가로주택정비와 리모델링 등에는 각종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중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미니 재건축’ 가로주택정비 활성화 방침

가로주택정비란 도로로 둘러싸인 가로 구역 저층 주택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소규모 주택단지에 공동주택을 새로 지어 올리는 ‘미니 재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재건축 과정에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등 지역공동체가 무너지고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안 성격으로 2012년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가로주택정비는 사면이 너비 6m 이상 도로와 인접한 구역을 정비하는 ‘블록형 개발’이다. 단독·공동주택 20세대 이상이 거주하면서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주택이 3분의 2 이상이고 토지·주택 소유자 80% 이상이 동의했을 때 개발이 가능하다.

12·16 대책에서 정부와 서울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현행 서울시 조례에서는 건축물이 마주 보는 중정형 건축의 경우 두 건축물 간의 거리(인동 간격)를 건축물 높이의 0.8배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건축법의 하한선인 0.5배까지 낮추기로 했다. 사업구역 안에서 조금 더 촘촘하게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의 공기업이 공동시행자로 사업에 참여하고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10%)을 공급하며 △조합원이 적정 추가분담금(환급금)을 보장받은 뒤 공공이 일반분양 가격을 결정하는 등의 공공성 요건을 충족하면 혜택은 파격적으로 늘어난다. 우선 사업시행 면적이 현행 1만㎡에서 2만㎡로 2배 늘어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도 면제된다. 전체 공급물량 중 공공임대주택 분(10%)에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10%까지 배정하면 현행 7층인 층수 제한을 15층으로 대폭 올려줄 계획이다.

다음 달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포함한 공급대책을 발표할 계획인 서울시는 인동 간격과 주차장 의무 설치 기준을 더 낮추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가로정비 구역의 소규모 타운하우스의 경우 인동 간격을 건축물의 0.5배 미만으로 낮추고 원룸형 주택의 경우 가구당 0.6대로 돼 있는 주차장 설치 기준(30㎡ 미만은 0.5대)도 더 완화하자는 것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역세권 주택은 접근성이 좋으니 주차장 기준을 완화해도 된다고 본다”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활성화가 되면 집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공급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90년대생 리모델링이 온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리모델링 추진 절차를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위해선 주택대지 소유권 100%를 확보해야 했지만, 집주인의 75% 이상이 리모델링에 동의하면 매도청구권 행사를 통해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틀 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우성·극동·신동아 아파트는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리모델링 계획을 공식화했다. 1993년 12월에 함께 준공한 이 아파트 단지 가구는 모두 4396호로 수직·수평 증축을 통해 600여호 일반분양을 목표로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이다.

3년만 지나면 재건축 추진을 위한 주택 연한 30년을 채우는 이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선택하려는 배경에는 ‘90년대생 아파트’의 속사정이 존재한다. 1970~80년대에 지어진 서울 여의도·목동·강남권 단지의 용적률은 100%대다. 재건축을 통해 서울 3종 주거지역 용적률인 300%까지 아파트를 늘리면 일반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기존 세대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 액수가 줄어든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기존 아파트 용적률이 180% 이하여야 재건축의 사업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1990년대 지어진 사당동 우성·극동·신동아 아파트의 평균 용적률은 249%다. 1992년 동과 동 사이 이격거리 규정이 6m에서 3m로 확 줄어들면서 용적률이 대폭 늘어난 상태에서 아파트가 들어섰기에 현재 재건축을 해도 용적률 혜택을 볼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추진위는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가구당 분담금은 6억원에 이르지만, 리모델링 비용은 2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재건축보단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재건축은 분담금이 많이 발생해 사업성이 없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비용도 있기 때문에 힘들다고 판단한다”며 “리모델링은 비교적 규제가 덜하고 15% 일반분양이 가능하며 동과 호수를 그대로 사용해 단지 내 이견 다툼도 적을 것이기 때문에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규모 개발인 재건축이 큰 수익을 내고 동시에 분양가까지 흔들면서 집값 안정 기조에 역행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리모델링과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으로 인한 수익이 그동안 너무 컸기 때문에 리모델링 인기가 적었다. 이번 주택법 개정은 리모델링 과정의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남의 대규모 재건축은 서울 집값에 주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종합적 고려를 통해 12·16 대책 때 가로주택정비 등 소규모 사업 활성화를 대책으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미국 영업 뛰어든 국내 보험사들, LA 산불 피해 전망 1.

미국 영업 뛰어든 국내 보험사들, LA 산불 피해 전망

“미국 주식 발 빼고 채권 사라”…전문가들 6대4 ‘방어 투자’ 권고 2.

“미국 주식 발 빼고 채권 사라”…전문가들 6대4 ‘방어 투자’ 권고

2%대 금리 ‘청년주택드림대출’ 출시…‘줍줍’ 청약은 무주택자만 3.

2%대 금리 ‘청년주택드림대출’ 출시…‘줍줍’ 청약은 무주택자만

삼성 1위라더니 다시 애플이? 스마트폰 점유율, ‘핵심’은 따로 있다 4.

삼성 1위라더니 다시 애플이? 스마트폰 점유율, ‘핵심’은 따로 있다

정부·교육청·지자체 얽힌 ‘고교 무상교육’…‘최상목 거부권’만 문제? 5.

정부·교육청·지자체 얽힌 ‘고교 무상교육’…‘최상목 거부권’만 문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