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단지로 탈바꿈할 영등포 쪽방촌 조감도. 왼쪽 3개 건물이 민간이 개발할 주거상업단지, 오른쪽 2개 건물이 공공이 개발할 영구임대주택과 행복주택. 국토부 제공
50년 된 영등포 쪽방촌이 공공임대아파트와 민간 상업·주거시설이 공존하는 역세권 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이번 계획은 쪽방촌 주민을 내쫓지 않고 임대주택에 정착하게 하는 공공주택사업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영등포구는 20일, 영등포 쪽방촌을 주거단지로 정비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이번 사업은 쪽방촌 주민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이들을 재정착시키는 데 우선 초점을 맞췄다. 영등포역과 인접한 쪽방촌 일대 1만㎡는 1·2 구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개발된다. 쪽방촌 주민들은 2구역에 마련되는 임시거주 시설로 이주하고 1구역이 먼저 개발돼 오는 2023년까지 쪽방촌 주민을 위한 370호의 영구임대주택과 청년·신혼부부용 행복주택 220호가 들어서게 된다. 쪽방촌 주민들이 새 아파트에 입주한 뒤 2구역 택지는 민간에 분양해 개발이 진행된다.
영등포 쪽방촌 선이주 선순환 개념도. 국토부 제공
이번 공공주택사업이 완료되면 쪽방촌 주민 주거의 질은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현재 1.65~6.6㎡ 크기의 쪽방에 살면서 월평균 22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임대료를 부담해야 했던 주민은 16㎡ 새 아파트에 월 임대료 3만2천원(보증금 161만원)을 내고 살 수 있게 된다. 또 이들의 자활을 도왔던 광야교회, 요셉의원, 토마스의 집, 영등포희망지원센터가 돌봄시설 형태로 함께 자리를 잡는다. 쪽방촌 등 비주택 거주자들이 기존의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길 돕기 위해서다.
행복주택단지에는 입주민과 지역주민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 유치원과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민간이 개발하는 상업지구에는 주상복합단지와 오피스텔, 민간 분양아파트 600호가 공급된다. 쪽방촌 주민이 고립되지 않고 쾌적한 주거단지에서 다양한 이웃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소셜믹스’가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곳이 서울 3대 도심인 영등포역 인근인데다 2024년엔 신안산선까지 개통될 예정이어서 행복주택, 분양아파트에도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김세용 SH 사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변창흠 LH 사장이 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국토부 제공
이날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열린 발표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영등포 쪽방 정비사업은 강제 철거되거나 쫓겨나는 개발이 아니라 포용하며 함께 잘사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 ‘따뜻한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며 “민간 개발용지에 주상복합과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오면 다양한 계층들이 들어와서 함께 사는 사회공존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번 정비사업의 큰 원칙은 소셜믹스”라며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종합적인 생태계가 함께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쪽방촌 10곳(서울 5, 부산 2, 인천·대전·대구 각 1)에는 5만4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새뜰마을사업) 방식으로 돈의동 쪽방촌 정비를 추진 중이고 서울역·남대문·창신동 쪽방촌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정비된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서울 이외 쪽방촌 중 한두 곳의 정비 사업을 지자체 제안을 받아 추진할 계획이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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