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양가 심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행령 개정안에서 다수의 비공개 조건을 달아놓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공개 여부와 범위까지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어 분양가 심사 투명화가 ‘알맹이’ 없는 구두선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69조 회의록 조항에서 공개 요청이 있을 때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비공개 조건을 여럿 달아놓았다.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공개될 경우 위원회 심의의 공정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은 ‘위원회 의결’을 통해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그 밖에 공개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위원회가 결정한 사항”도 비공개 대상이다. 회의 내용을 비공개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을 위원회에 부여한 것이다. 기존 주택법 시행령의 규정인 “위원회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할 수 있다”(65조 6항)는 조항이 살아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회의록 공개 여부와 범위까지 위원회가 전권을 가진 셈이다.
분양가심사위원회는 분양가 상한제를 운용하는 핵심 기구다. 시·군·구별로 자치단체장이 위촉한 주택 관련 교수·전문가·공무원, 변호사·회계사 등의 위원들이 적정 분양가를 심사하고 승인한다. 현재는 공공택지에 한해 아파트 분양가 심사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되면 그 권한은 더욱 커진다. 지금까지 분양가 심사는 전혀 공개되지 않은 데다 지난해 8월 과천 지식정보타운 아파트 건설에 참여한 대우건설과 금호건설 임원들이 분양가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분양가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커졌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2016년부터 회의록 전면 공개 방침을 밝힌 전주시의 예를 들며 분양가 심사 투명화를 공론화했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회의록 공개 시행령은 전주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주시 건축과 관계자는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추천을 폭넓게 받아서 심사위원을 공모하고 있고 만약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겠다고 하면 위촉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위원들은 회의 내용이 공개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분양가 심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장관은 분양가심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처럼 발표하고 국토부 관료들은 공개 안 하는 시행령을 만들었다. 시늉만 개혁이고 무늬만 개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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