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분당 아파트는 1억5천만원에 사들여 현재 시세가 10억원에 달합니다. 잠실 아파트는 3억1천만원에 구매해 인근 지역의 실거래가가 13억원입니다. 세종에 보유한 펜트하우스 분양권도 2017년 5월 인근 실거래가와 비교해 5억원의 차액이 예상됩니다. 서민들은 평생을 일해도 집 한칸 갖기 어렵습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일하겠다는 후보자의 포부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고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추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예상대로 최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 후보자는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했으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분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날 최 후보자의 투기 의혹에 대한 비판은 여야를 넘나들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후보자가 다주택을 보유하게 된 시점이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던 정책 시행 전이긴 하지만,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분당의 집을 보유한 상황에서 잠실 아파트를 구매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어 질의에 나선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도 “2003년 당시 미국대사관에 3년간 파견근무를 나가면서 잠실 아파트를 구매했는데, 이미 분당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거주 목적이었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며 “재산 증식 목적으로 사들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미국에 나가면서 보유하고 있던 분당 아파트를 전세를 내주면서 그 전세금으로 잠실 아파트를 구매하게 됐다”며 “귀국한 뒤에 잠실 아파트로 입주하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보유 등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친 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송구스럽단 말씀 드린다”며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잠실 아파트를 구매한 과정이 ‘갭투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현미 현 장관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고, 대출을 끼고 다주택을 보유하는 행태를 신종투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한 직후였다. 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이른바 갭투자를 말씀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 후보자는 2003년 잠실의 아파트를 구매한 뒤 16년여 동안 실제 거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세입자를 들였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최 후보자의 ‘꼼수 증여’ 과정을 청와대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최 후보자는 한때 아파트 2채와 분양권 1개를 동시에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투기 의혹이 일었다. 그는 서울 송파구 잠실의 엘스아파트(59㎡)와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동 상록마을라이프2단지(84㎡) 등 아파트 2채와 세종시 반곡동에 건설 중인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 펜트하우스(155㎡) 분양권을 보유했었다. 최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인 지난달 중순 딸 부부에 분당의 아파트를 증여하고 월세로 거주 중이다. ‘2주택 1분양권자’에서 ‘1주택 1분양권자’로 보유 자산을 줄인 셈인데, 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것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초 후보자가 청와대에 제출한 인사검증 자료에는 ‘2주택 1분양권자’로 기재돼 있었다”며 “이후 (청와대 쪽에서) 다주택자를 처리하는게 좋겠다고 해서 급하게 딸에게 증여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최 후보자는 “자녀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통학 문제 등을 고려해 서울에 집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라며 “인사검증 과정에 이미 지난해 11월께 잠실 아파트를 내놓는 등 집을 정리하려 했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최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촘촘한 주거복지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했지만 아직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를 벗어나지 못한 주거 취약계층이 많다”며 “이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공급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시장의 안정세가 보다 확고해질 수 있도록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 시장 관리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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