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3주택 보유자인데 팔 수 있는 집은 한 채도 없다. 한 집은 지금 살고 있고, 또 하나는 재개발 분양권인데 전매금지에 묶여 있다. 세를 주던 소형 아파트 한 채는 최근 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앞으로 8년 동안은 팔 수 없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정아무개씨는 다주택 보유자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행된 지난 4월 세를 주던 서울시내 아파트 한 채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정씨는 앞서 지난해 말 양도세 중과세를 피해 소형 아파트 매각을 시도했는데,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기간이 1년 가까이 남아 있던 탓에 선뜻 제값에 사려는 실수요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임대주택 등록으로 방향을 틀었다.
28일 부동산 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주택시장에서 매물이 크게 줄어들면서 서울 집값 불안이 한층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이 급증한 게 매물 감소를 가속화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임대주택 등록이 양도세 중과세와 보유세 부담을 모두 피해갈 수 있는 ‘제3의 길’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등록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뒤 올해 들어 급증 추세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지난 1~6월 임대주택 등록자는 7만4천명, 이들이 등록한 주택 수는 17만7천채에 이른다. 상반기에만 1인당 평균 2.4채의 주택을 등록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2천채)에 견줘 2.9배 늘어난 물량이다. 또 상반기 등록자의 82.2%는 서울, 경기, 인천, 부산에 몰려 있다.
이처럼 최근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에 몰리는 것은 임대소득이 노출돼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에 견줘, 받을 수 있는 세제 헤택이 더 크기 때문이다. 8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된다. 여기에다 취득세, 재산세가 50~100% 감면되고 내년부터는 연간 임대소득 2천만원 이하인 경우 임대소득세와 건강보험료 감면까지 이뤄진다.
정부가 등록 임대주택에 이런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활성화에 나선 것은 전월세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등록된 임대주택은 연간 임대료 인상률이 5% 이내로 제한되고 세입자의 계약갱신 청구권도 보장된다. 따라서 등록된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정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준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 효과가 생긴다.
민간 임대주택 등록 증가는 전월세 시장과 달리 주택 매매시장에선 집값 상승 요인으로도 작동한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우려다. 지난 4월 이후 다주택자들이 중과세를 적용받는 매각 대신에 가족간 증여 또는 임대주택 등록 쪽으로 대거 돌아섰다는 것이다. 또 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장기투자하려는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하려는 신규 수요자도 늘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계의 진단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 안정을 위해선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와 임대주택 등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이후 다주택자에게는 중과세 적용이 필요하겠지만 이전 다주택자에게는 매각 기회를 더 주고 개인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세 감면 혜택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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