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비강남권 경전철 4개 노선을 조기에 착공하겠다는 이른바 ‘강북 플랜’을 내놓은 뒤 아파트값 오름세가 강북과 서남부 등 외곽 지역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박 시장이 머물렀던 강북구 남양동 옥탑방.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요동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강남권 경전철 4개 노선을 조기에 착공하겠다는 이른바 ‘강북 플랜’을 내놓은 뒤 아파트값 오름세가 강북과 서남부 등 외곽 지역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23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주 대비 0.37% 올랐다. 이는 1월 넷째 주 0.38% 오른 이후 30주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동작구의 아파트값이 0.80%로 가장 많이 뛰었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통합 개발 등의 호재가 있는 용산(0.45%)·영등포구(0.51%) 등이 계속해서 거침없이 상승했다. 강동(0.66%)·양천(0.56%)·강서구(0.53%) 등도 0.5% 이상의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특히 이번주 서울 집값은 최근 상승세를 이끌던 도심권이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외 지역에서도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동대문구(0.34%)를 비롯해 강북(0.34%)·중랑(0.15%)·도봉(0.15%)·관악구(0.21%) 등이 전주보다 갑절 이상 상승폭을 키웠다. 이는 박 시장이 지난 19일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치면서 발표한 ‘강북 플랜’(강북권 집중 투자 계획)이 영향이 끼친 것으로 보인다. 강북 플랜은 비강남 낙후지역의 경전철 4개 노선을 조기 착공한다는 계획이 핵심으로, 4곳은 난곡선(동작구 보라매공원~관악구 난향동), 목동선(양천구 신월동~영등포구 당산역), 면목선(동대문구 청량리~중랑구 신내동), 우이신설연장선(강북구 우이동~도봉구 도봉산역) 등 상대적인 낙후지역들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지난달 정부의 보유세 개편 이후 ‘강남4구’와 도심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박 시장의 ‘강북 플랜’이 나오면서 강북과 비강남권 주택시장을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아파트값 조사 시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힌 지난 21일 이전이어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투기지역 추가 지정 등을 검토해 투기수요 유입을 적극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최근 주택시장 동향 관련 경제현안간담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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