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 대우건설 제공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호반건설은 8일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으며 이날 오전 산업은행에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고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인수 담당자들은 전날 오후 늦게 산업은행 담당자들을 만나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에 대한 내용을 확인한 뒤 김상열 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김 회장이 숙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대우건설은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4분기 대규모 해외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재제작에 들어가며 지난해 4분기 실적에 3천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해외 손실액 3천억원은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한해 매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특히 호반건설은 모로코 손실 뿐 아니라 이후 불거질 수도 있는 해외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국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단독 응찰했으며, 이번 달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매각 응찰가격은 1조6천억원대로 알려졌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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