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집값 급등 따져보니
①공급 부족?
멸실 아파트 3만1천가구 주장은
재건축 이주대상 합산 부풀리기
②똘똘한 한채 보유 심리?
서울 비강남→강남 진입 늘었지만
다른집 팔아 강남집 매입은 불확실
③학군 수요?
8학군 열풍 전셋값 급등현상 없어
일부선 ‘전세 끼고 매입’ 증가 분석
①공급 부족?
멸실 아파트 3만1천가구 주장은
재건축 이주대상 합산 부풀리기
②똘똘한 한채 보유 심리?
서울 비강남→강남 진입 늘었지만
다른집 팔아 강남집 매입은 불확실
③학군 수요?
8학군 열풍 전셋값 급등현상 없어
일부선 ‘전세 끼고 매입’ 증가 분석
새해 초 서울 강남 아파트값 급등세가 예사롭지 않다. 재건축 허용 건축연한 확대, 수억원대 초과이익환수부담금 산출액 공개 등 정부의 잇단 경고로 재건축 집값 급등세는 주춤해졌지만 전반적인 과열 양상은 식지 않고 있다. 강남 집값 급등의 배후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강남 주택공급 부족’, ‘똘똘한 한채 보유 심리’, ‘학군 수요’ 등을 사실관계 위주로 점검해본다.
■ 강남권 주택공급 부족 맞나? 강남의 ‘공급 부족’은 강남 집값이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논리로, 이번에도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고 있다. 올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에서 아파트 준공 예정 물량이 1만6천가구인데, 재건축으로 멸실되는 물량은 3만1천가구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멸실물량 3만1천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강남4구에서 재개발, 재건축 등에 따른 이주 대상(관리처분인가~착공 전) 물량을 모두 더한 수치로, 올해 실제 이주물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주 예정 물량은 유동적인데 국토교통부는 1만6천가구 정도, 부동산 업계에선 최대 2만가구 정도로 예상한다. 또 서울시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올해 재건축 이주 시기 조정에 들어가, 최근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이주 시기를 조합이 원했던 시기보다 서너달 뒤인 4월 이후로 미루는 조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올해 강남4구 이주 물량은 국토부 공언대로 1만6천~1만7천가구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강남4구에서 ‘준공 1만6천가구 대 멸실 3만1천가구로 인한 구조적 공급 부족’ 주장은 허구에 가까운 셈이다.
되레 강남4구에선 지난해까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재건축 사업이 활발했던 덕분에 올해부터 공급이 꾸준히 증가한다. 올해 강남4구 신규 분양물량은 1만7천가구로 5년 평균 대비 31% 늘어나게 된다. 또 장래 공급을 예상해볼 수 있는 강남4구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1~11월 집계) 3만3천가구로, 5년 평균 대비 174%나 증가했다.
다만 최근 강남 주택 거래시장에서 매물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8·2 부동산대책’의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으로 주택 보유자의 매도를 제한한 데 따라 시장에 ‘유통 매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달 25일부터 10년 이상 장기보유자의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허용돼 재건축 거래에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즉, 8·2 대책 이후 강남권 매물 공급이 부족해진 것은 맞지만 이는 급격한 제도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부작용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 다주택 규제 따른 ‘똘똘한 한채’ 보유 심리 확산 맞나?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강남 주민이 강남4구 내 아파트를 산 비율은 지난해 5월 64.5%에서 11월 58.5%(11월)로 낮아졌다. 반대로 강남4구 외 서울 주민의 매수 비율은 5월 15.2%에서 11월 19.0%로 3.8%포인트 높아졌다. 강남으로 진입하거나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뜻이다. 지방 거주자의 매수 비율은 8·2 부동산대책 이전과 이후 7% 안팎으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지방의 ‘원정 투자’가 늘어날 정도까진 아니지만 서울 안에서는 ‘똘돌한 한채’ 보유 심리가 퍼진 셈이다.
다만 강남 거주 다주택자가 ‘똘똘한 한채’를 남기거나 한채 더 사려고 강남 외 보유 주택을 매각하는 경향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2016년 말 현재 강남구, 서초구의 다주택자 비율(주택 소유자 중 2주택 이상 소유자 비율)이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21.3%, 20.1%라는 통계는 있지만 최근 변동은 알 수 없다. 현재로선 강남 접근성이 우수한 분당, 판교, 광교 등 이른바 ‘경부라인’ 새도시들의 집값이 최근 강세인 것으로 볼 때 강남권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채’를 남기고 이들 지역 보유주택 매각에 나선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 입시제도 변경 따른 학군수요의 강남 이동 맞나? 교육부의 수능 절대평가,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추진 방침에 따라 ‘강남 8학군’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강남 집값 급등세를 몰고 올 정도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학군 수요의 대거 이동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최근 대치동 등 강남 아파트 전세 매물은 되레 남아돌 정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에 진입하려는 수요자가 전세를 끼고 주택 매입에 나서는 사례는 증가했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강남의 고가 전세 거주자가 교육을 비롯한 복합적인 이유로 강남 내에서 주택 매매에 나선 게 집값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더블유엠(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강남에 전세로 거주하던 ‘3040세대’가 높은 전세가격을 지렛대 삼아 매매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있다. 청약가점제 강화, 대출 규제 등으로 새 아파트 입주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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