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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종부세 트라우마’에 3주택자 이상으로 한정할 듯

등록 2018-01-01 18:22수정 2018-01-01 20:16

보유세 ‘핀셋증세’ 검토, 왜?

종부세 대상 보유자 2% 그치지만
‘세금폭탄’ 프레임에 그동안 손 못대
양도세만으론 투기과열 억제 한계
일부 초다주택자만 인상 가능성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정부의 보유세 개편이 법인세와 소득세에 이어 다주택자에 초점을 맞춘 ‘핀셋 증세’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종합부동산세가 우선적인 개편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주택 소유자 전체에 영향을 주는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나 합산 금액 6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2016년 기준 주택 소유자 전체 1331만명 중 2.02%인 26만8791명에게만 부과됐다.

이에 따라 주택을 3채 이상 소유한 ‘초다주택자’의 세부담을 선별적으로 올리는 방향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016년 기준 전체 다주택자 195만6천명 중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39만2천명, 5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10만5천명이다. 소득세 인상 대상은 6만4천명, 법인세 인상 대상은 77개 기업이었던 것에 비하면 대상이 다소 넓지만, 보유세 개편의 목적 중에는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도 있기 때문에 대상을 너무 좁게 설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보유세 개편 방향을 ‘핀셋 증세’로 잡은 가장 큰 이유는 조세저항이다. 2016년 기준 전체 1937만 가구 중 55.5%인 1074만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1주택자를 포함한 전체적인 증세로 이어질 경우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현재 정부·여당은 2005년 참여정부가 처음 종부세를 도입할 당시 트라우마도 가지고 있다. 종부세가 가장 많이 부과된 2007년에도 과세 대상은 당시 전체 납세자의 3.1%인 37만명 수준이었지만, 당시 야당과 보수언론의 ‘세금 폭탄’ 프레임에 갇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보유세 개편을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 역시 다주택자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낮아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어도 세부담이 적다. 공시가격 4억원(실거래가 약 6억원) 주택 3채를 보유하고 있어도 부과되는 종부세는 총 175만원 수준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지난달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들을 유인할 정도의 혜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유세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임대소득을 목적으로 장기보유할 다주택자들은 임대등록을 하고,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매도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 다주택자들이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해 오히려 세입자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이 안정된 지금이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보유세를 개편할 수 있는 적기라고 봤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현재는 임대주택 물량이 많아지면서 임대차시장이 공급자보다 수요자 중심이 됐다는 뜻인데 그만큼 집주인들이 세부담을 임대료로 전가할 여지는 적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를 인상하는 대신 거래세를 낮춰 과세 균형을 맞출 필요성도 지적된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우리나라는 보유세는 낮고 거래세는 높은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거래가 묶이는 결과가 나온다”며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거래세를 인하해야 주택을 처분할 사람은 처분하고 보유할 사람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거래세 인하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유세 개편은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에 초점이 있다”며 “보유세 인상하는 만큼 바로 거래세를 낮추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6년 기준 금융·자본의 거래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4%에 비해 높다. 우리나라에서 주택 거래와 관련된 대표적 세금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가 있다. 양도세의 경우 ‘8·2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들에 대해 최대 60%의 양도세 중과 방침을 내놨기 때문에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보유세 개편을 우리나라 경제를 지대추구형에서 혁신추구형으로 개선할 수 있는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초등학생 꿈이 임대업자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토지와 건물 등 공급이 제한된 자원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지대를 통해 얻는 이득이 크다”며 “보유세 인상으로 자원이 토지나 건물이 아닌 조금 더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들어 가도록 유도해야 혁신성장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3.6%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29.3%(이하 2013년 기준), 일본은 38.4%, 영국은 52.5% 수준이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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