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다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청약제도를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한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석달이 지났지만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책 이전에 가파르게 오르던 집값이 진정되기는 했지만 핵심지역인 서울과 수도권이 내림세로 돌아서진 않고 있으며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 열기도 여전히 뜨겁다.

3일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정부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 7월31일부터 10월30일까지 석달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46%, 서울은 0.27%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이 크지는 않지만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0.35% 올랐다. 대책 이후 석달간 지방 아파트값은 0.13% 떨어진 데 반해 규제 대책이 집중된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꿈적도 하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은 최근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간 단위 조사에서 이번주 강남(0.09%)·서초(0.08%)·강동구(0.09%) 등은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다소 커졌고 송파구만 0.16%로 지난주(0.20%)보다 오름세가 둔화됐다. 강남권 아파트값 강세는 최근 활발해진 재건축 사업 추진 영향 때문이라고 하지만 일반 아파트 단지도 좀처럼 급매물이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된 분양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열기가 뜨겁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청약가점제 확대 등을 단행한 ‘8·2 부동산대책’ 을 계기로 그간의 청약 과열 양상이 진정되는 듯한 분위기가 보인 것은 잠시일 뿐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이후엔 실수요자들이 청약시장에 대거 몰리는 양상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 지난 1일 청약을 받은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 ‘고덕 아르테온’은 107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1264명이 청약해 평균 1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무주택자에게만 공급된 전용면적 59~84㎡형 주택에 청약자 1만605명이 한꺼번에 몰려, 올해 서울에서 공급된 중소형 아파트 가운데 청약자 수가 가장 많았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의 8·2 대책, 가계부채 대책이 잇따랐지만 매도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서울·수도권 집값이 꿈쩍 않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대출이 어려워진다고 하자 실수요자들이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격이 다소 저렴한 새 아파트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달 내놓을 주거복지로드맵의 다주택자 대책이 이후 주택시장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더블유엠(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내년 4월 이전에 집을 계속 보유해 버틸 것인지, 가족간 증여하거나 처분할 것인지 등 선택을 앞두고 다주택 임대사업자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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