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국제도시 국제금융단지와 호수공원 조감도. 한양 제공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천 청라국제도시 ‘청라국제업무타운’ 조성 사업이 무산된 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 건설사들이 사업 무산 책임 소재를 두고 다퉈왔던 수천억원대 소송에서 결국 민간 건설사들이 판정승을 거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2일 인천 청라국제업무타운 조성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엘에이치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엘에이치가 건설사에 맞제기한 협약이행보증금 지급 소송 등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협약이행보증금(3099억원)을 75% 감액하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1심에서 이행보증금의 70% 감액을 결정한 데 이어 2심에서는 감액비율을 오히려 75%로 높이는 등 사실상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 따라 건설사들은 3099억원의 이행보증금 중 75%에 해당하는 2345억원을 탕감한 775억원에 대해서만 지급 의무를 가지게 됐다. 앞서 2014년 건설사들은 청라국제업무타운 사업 변경 신청에 엘에이치가 협력하지 않아 끝내 사업이 무산됐다며 손해배상과 함께 이미 납부한 토지대금 등 3047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엘에이치도 “건설사들이 총 사업비의 5%인 이행보증금 3100억원을 내지 않은 만큼 토지대금을 제외한 1935억원을 지급하라”는 맞소송을 냈다. 1심은 건설사들이 제기한 본소송에서 엘에이치의 손을 들어줬고 엘에이치가 제기한 반소에서는 건설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건설사들이 엘에이치로부터 받아야 할 토지대금 반환금액(1596억원)이 내야할 보증금(929억원)보다 많다며 엘에이치가 건설사에게 667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업 무산의 책임이 엘에이치에게 70%, 건설사들에게 30% 각각 있다고 본 것이다.
청라국제업무타운 조성사업은 2007년말 발주처인 엘에이치와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국내 10개 건설사 등이 협약을 맺고 청라국제도시 내 127만㎡에 6조2천억원을 투입해 세계무역센터와 국제금융센터 등을 건설하기로 한 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빠지면서 지난 2013년12월 무산됐으며 그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엘에이치가 건설사간 소송이 시작됐다.
한편 이번 판결에 따라 오는 20일로 예정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채무부존재소송의 항소심 결과가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청라국제업무타운 소송과 2400억원을 둘러싼 용산개발사업의 채무부존재 소송 과정이 둘다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무산 책임의 소재를 둘러싸고 공기업과 민간출자사간 벌이는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닮아있기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말 용산개발 사업시행사로 출범한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의 28개 민간출자사들은 2013년 3월 사실상 사업이 무산되고 같은 해 7월 발주처인 코레일이 2400억원의 협약이행보증금을 수령해가자 곧바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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