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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분양가 상한제 부활…강남 재건축 사정권

등록 2017-09-05 18:24수정 2017-09-05 20:57

8·2 대책 한 달 만에 후속 조처
서울 강남·송파·동작·강동 적용될 듯
성남 분당·대구 수성 투기과열지구 추가
그래픽-장은영
그래픽-장은영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여 만에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 등 2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이로써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 구와 과천시, 세종시를 포함한 전국 29곳으로 늘어났다. 또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요건을 대폭 개선하기로 해, 앞으로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지역 신규 아파트에 적용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국토교통부는 5일 “‘8·2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이 빠르게 진정되고 있으나 국지적으로 시장 과열과 가격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정 효력은 관보에 게재되는 6일부터 발생한다. 아울러 인천 연수구·부평구, 안양 만안구·동안구, 성남 수정구·중원구, 고양 일산동구·서구, 부산 전역 등은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선정, 시장이 과열될 우려가 보이면 투기과열지구로 즉각 지정하기로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는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씩 적용받게 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은 10%포인트씩 더 강화돼 30%가 적용되고, 실수요자(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하는 무주택 세대)는 10%포인트씩 완화돼 50%가 적용된다. 또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청약규제가 강화된다. 분양권 전매 역시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로 제한된다.

정부가 8·2 대책 발표 한달 만에 두 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 것은 ‘8·2 대책’ 이후 투기수요가 규제 틈새를 찾아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8·2 대책’ 이후 확연히 진정세로 접어든 모양새였지만 유독 분당과 수성구는 시장 과열이 지속됐고, 오히려 집값 상승폭이 커졌다. 두 지역은 나란히 8월 주택매매가격 상승률 1, 2위를 기록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분당과 대구 수성구는 개발 호재 등이 있어 그 자체로 가격 상승 요인이 있는데, ‘8·2 대책’의 규제 강화를 비껴가면서 외부 투기수요가 유입돼 시장 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5일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과 함께 서울 강남권 등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반포본동 주공1단지아파트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는 5일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과 함께 서울 강남권 등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반포본동 주공1단지아파트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는 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개선해 사실상 민간택지에서의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시켰다. 2015년 4월 민간택지에서의 분양가 상한제가 ‘탄력적용제’로 개편된 뒤에는, 그 적용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한번도 정량 요건을 충족시킨 지역이 없어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제도가 됐다.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3개월간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 중 분양가격 상승률, 청약경쟁률, 주택거래량 등이 일정한 과열 요건에 해당하는 곳에 대해 주거정책심의위 심의를 거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은 8일 입법예고를 거쳐 다음달 말께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조처로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이 분양가 상한제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개월(6∼8월)간 소비자물가지수는 0.7% 상승했다. 이런 물가상승률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특정 지역의 8~10월 석달간 집값이 물가상승률 2배인 1.4% 이상 오를 경우 11월부터 상한제 적용 기본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최근 한국감정원의 ‘8월 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 매매가격 상승률이 비교적 높았던 서울 강남구(0.67%), 송파구(0.71%), 동작구(0.74%), 마포구(0.45%), 강동구(0.59%) 등이 적용 대상 후보군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이달 일반분양이 예정된 서초구 ‘신반포센트럴자이’(신반포6차 재건축)와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 등의 청약 경쟁률이 다음달 이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영향을 끼칠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가능성이 커진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 재건축 추진 단지 조합들은 비상이 걸렸다. 재건축 사업 구조상 일반 분양가가 낮아지면 조합원 수익이 줄고 그만큼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재건축 조합들은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분양가 상한제라는 변수까지 맞닥뜨렸다. 이들 조합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선 11월께로 예상되는 상한제 시행 이전에 관리처분인가를 서둘러 신청해야 하는 처지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서울 반포, 과천시 등 저층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조합이 수익을 다소 줄이면 되겠지만 대치동, 압구정동, 여의도 등 중층(10~14층) 단지에선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재건축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진단했다.

최종훈 허승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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