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등 청약조정지역에서 대출 규제를 강화한 ‘6·19 부동산 대책’과 정부의 투기단속 영향으로 고개를 숙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이달 들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강세로 돌아서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아파트값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이에 부동산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6·19 대책이 너무 약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과 ‘지난달 거래 중단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라는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9일 ‘부동산 114’ 조사를 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0% 상승했다. 이는 전주(0.16%)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3일 기준으로 조사한 서울 주간 아파트 가격 역시 0.11% 상승해 전주(0.10%)보다 오름폭이 다소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12일 정부의 투기단속이 시작되고 19일 대책 발표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말까지 3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됐다. 그러나 이달 들어 정부 투기단속반과 숨바꼭질을 하던 중개업소가 영업을 재개하면서 상승세 둔화가 멈추고 미미하지만 상승폭 확대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전용면적 41㎡는 지난달 초만해도 최고 시세가 11억8천만원이었으나 대책 발표 이후 5천만원이 하락한 11억3천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1억8천만원으로 다시 올랐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대책 발표 이후 3천만∼4천만원 하락했다가 최근 1천만원 정도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대책 발표 전 12억2천만원이었는데 이달 들어 12억4천만원으로 호가가 2천만원 상승하며 오히려 대책 발표 전 시세를 웃돌고 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투기단속과 대책 발표로 잠시 거래가 중단됐다가 이달 들어 다시 매수세가 붙고 있고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잡히지 않는 것을 놓고 대책이 너무 약했던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는 “‘핀셋 규제’ 등 중강도 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과열 현상이 식지 않으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겠다는 정부 대응 방식이 되레 투기심리의 내성을 키운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의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이달 들어 가격이 오른 것은 지난달 중개업소 철시로 거래가 중단됐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아직 정부 대책의 효과를 성급히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입주물량 증가 등 변수가 있어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열이 심화하면 추가적인 안정화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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