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상한제’의 단계적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최근 부당 임대료 인상 논란이 불거진 ㈜부영 등의 임대료 인상 관행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영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민간임대주택 17만가구를 공급하고 현재 8만9921가구를 임대관리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다.
국토교통부는 6일 현재 사후 신고를 하게 돼 있는 민간 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신고 체계를 사전 신고로 바꾸기 위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을 연내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간 임대사업자는 연 5% 이내에서 임대료를 올릴 수 있으나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
하지만 부영은 최근 전주와 광주, 제주 등 전국 곳곳의 부영임대아파트 임대료를 법정 최고상한선인 5%로 올려 입주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입주민들과 시민단체에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식 인상'이라는 비난이 제기됐고, 급기야 최근 전주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청하고 불공정 행위로 신고했다. 지역 내 전월세 가격이 안정돼 있는데도 부영 쪽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린 것은 불공정하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민간 임대사업자의 최초 임대료는 별도 제한이 없고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 3개월 내에 지방자치자단체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사후신고제는 연 5% 이내라는 요건만 갖추면 임대사업자가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더라도 지자체가 나서서 시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국토부는 사후신고제를 임대료 인상 결정 한달 전에 신고하는 사전신고제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가 임대사업자가 제시한 임대료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이나 주변 임대료 시세 등을 고려해 적당한 수준인지 검토한 뒤,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개선 권고를 내릴 수 있게 된다.
임대주택 특별법은 부영 등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대기업뿐 아니라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사업자를 비롯해 임대업 영세업체, 원룸 사업자 등 지자체에 등록한 임대사업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민간 임대주택은 매입임대주택이 46만가구, 건설임대주택이 21만가구 등 총 68만가구에 이른다. 기업형 뉴스테이 사업자들의 경우엔 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연간 임대료 상승률을 법정한도 5%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하기도 한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경기 수원시 호매실지구에 공급한 뉴스테이 ‘힐스테이트 호매실’의 연 임대료 상승률을 상한선의 절반인 2.5%로 묶었다.
국토부는 사전 임대료 신고 대상은 대규모 임대사업자로 한정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치단체가 개인 임대사업자 임대료까지 모두 들여다보기는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로 대상을 한정할 계획이다. 임대료 상한을 5%로 정해놓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도록 돼 있는 부분을 실효성 있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역 주민들도 부영의 임대료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6일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모든 행정수단을 고려해서 최고로 강력한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원 지사는 이날 제주시 삼화지구 부영8차 아파트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고 “부영의 5% 인상 계획을 제주도 행정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토부, 공정위와 함께 협의하기 위해 제주도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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