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집단대출 규제 가능성 내비쳐
“빚 상환능력 심사하면 투기수요 감소” 기대
“실수요자 피해, 풍선효과 등 부작용” 우려
“빚 상환능력 심사하면 투기수요 감소” 기대
“실수요자 피해, 풍선효과 등 부작용” 우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조처의 하나로 신규 분양 아파트 집단대출에도 디티아이(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오는 7월 말 유예기간이 끝나는 주택담보대출 디티아이·엘티브이(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집단대출에도 디티아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한 단계 더 강도높은 ‘돈줄 죄기’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 피해와 주택공급량 급감 등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아파트 집단대출에도 디티아이 규제 적용을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는 소식에 부동산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집단대출에 새로 디티아이를 적용하면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려 계약금만 들고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뛰어드는 투기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차주(대출자)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 없이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등을 빌려주는 은행 대출상품을 말한다. 착공과 동시에 주택 매매계약을 맺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선분양 제도에 따라 수요자가 입주 때까지 담보 없이도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분양 공고한 사업장부터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는 처음부터 원리금을 함께 나눠 갚도록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중도금·잔금 대출에 디티아이 규제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집단대출 규제 강화 검토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를 집단대출이 이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은행권의 가계대출 중 집단대출은 1∼2월에는 각각 3천억원으로 급감했지만, 3월 1조원, 4월 1조4천억원으로 다시 늘어난 상태다. 이로 인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신규증가액 중 집단대출 증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서 3월 38.5%, 4월 42.4%로 다시 늘어났다. 최근 집단대출 증가는 지난해 하반기 주택공급 물량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통상 아파트 분양 계약일로부터 4~6개월 뒤부터 중도금 대출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는 금융당국이 집단대출에 디티아이 규제를 적용할 경우 중도금보다는 잔금대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디티아이 적용으로 대출가능액이 줄어들면 주택 투기수요뿐만 아니라 실수요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신규 주택 공급물량이 감소하고 이미 대출이 이뤄진 분양권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은행권에서 가로막힌 집단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대출의 질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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