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집값 급등으로 불안해진 부동산시장 동향이 의제로 다뤄지면서 조만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청와대는 가계빚 증가와 주택시장 불안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도 다각도로 대응책 검토에 착수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우선 정부가 오는 7월 말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엘티브이(LTV·주택담보인정비율)·디티아이(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 완화를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이들 규제를 대체하기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정부의 제도 정비와 금융기관 준비 일정으로 인해 일러야 내년 이후에나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당장은 기존 엘티브이·디티아이 규제로 대출을 조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런 가계대출 규제와 별도로 국토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법상 정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국토부 장관)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등을 고려했을 때 투기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큰 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최장 5년 동안 분양권 전매제한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합원 분양 가구 수 1가구 제한 등 고강도 규제가 가해진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임에 따라 ‘11·3대책’을 내놓을 때도, 강남권을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주택시장에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해 단행하진 않았다. 대신 ‘청약조정지역'을 도입해 기존 주택시장을 건드리지 않고 강남권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면서 청약 1순위 자격을 강화하는 일종의 ‘우회 전법’을 썼다. 당시 국토부는 청약조정지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과열이 지속될 때는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집값 급등세 동향을 보면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칠 대책보다는 과열지역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5월말까지 서울지역 강북권(14개구)의 매매값은 0.97% 올랐는데 재건축 열기가 뜨거운 강남(1.79%), 서초(1.65%), 송파(1.79%), 강동(2.21%)% 등 ‘강남 4구’의 집값은 큰 폭으로 올랐고, 특히 5·9대선 이후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강남에선 재건축 예정단지뿐만 아니라 재건축을 마친 대단지 일반 아파트값도 초강세로, 최근 반포동 전용면적 84㎡형 실거래값이 최고 3.3㎡당 5400만원을 넘어섰다.
일부에선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을 추진해 집 부자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두 조처는 집값 급등을 제어할 직접적 대책은 아닌데다 야당의 협조로 국회에서 법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등 복잡한 사안이어서, 당장 추진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전월세 상한제는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종부세에 대해선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장관 인선 절차로 인해 다소 늦기는 했지만 청와대가 시장에 서둘러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은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대출규제 강화 소식에 거래가 다소 주춤해지면서 일단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이번주 집값 동향이 변수가 되겠지만, 정부 대책은 적절한 수위 조절과 맞춤형 처방을 통해 투기수요는 줄이고 실수요는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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