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에 부착된 전세 등 매물 현황판. 연합뉴스
올해 들어 최근까지 안정세를 유지했던 서울지역 전세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 시기가 다가오면서 5월 들어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값 상승 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올 하반기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재건축 이주 수요가 더 늘어날 예정이어서, 서울 전역에서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31일 한국감정원의 ‘5월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지역의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종합) 전세가격은 전달보다 0.24% 올라 2015년 12월(0.50%) 이후 월간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지역 전세가격 상승률이 연간 1.95%로 소폭에 그쳤고 올해 들어서도 미미한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5월 들어 상승폭이 확대된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인한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가 늘어나고, 역세권 중심의 ‘직주근접’(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환경)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가격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서울 강동구에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재건축 이주에 따른 심각한 전세난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둔촌 주공아파트(1~3차)’ 5900여가구의 이주비 지급이 7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근에서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근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형의 전세값은 지난 2월 4억5천만원선에서 최근 6억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았던 강동구의 주택 전세값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했으나 지난 4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선 뒤 이 달에는 상승폭(0.37%)이 더 커졌다.
부동산 업계는 올해 서울지역 전세난이 갈수록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하반기에는 강동구에 이어 강남구에서도 대규모 재건축 단지 이주가 잇따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2천여가구에 이르는 강남구 개포 주공4단지가 7~8월께부터 이주하며, 5천여가구에 이르는 개포주공1단지는 연말께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두 단지의 이주가 시작되면 강남권뿐만 아니라 인근 성남·하남시 등지의 전세시장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처럼 올해 하반기에 재건축 단지 이주가 몰리게 된 것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기간이 연말이면 종료되는 탓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 1인당 얻는 개발이익이 3천만원을 넘으면 초과분 개발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투기 억제를 위해 2006년 도입됐으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2013년부터 한시적으로 부과를 유예했는데, 올해 연말로 유예기간이 끝난다. 이에 따라 개발이익이 많은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연내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부담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서두르는 중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5월 현재까지 서울 지역 전세값 누적 상승률은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던 지난해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여름철부터 가을 이사철까지는 재건축 이주 수요로 촉발된 전세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