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대선 이후에도 심상치 않다. 매수세가 부쩍 늘어났고 매물은 자취를 감추는 등 일부 재건축 단지에선 이상 급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집값 불안이 강남권에 그치지 않고 서울 전역으로 번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7월 금융규제 수위를 조절해야 할 새 정부의 정책 대응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28일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지난 한 주간 서울 강남권역 아파트 매맷값은 0.26% 올라 강북권역 오름폭(0.12%)의 갑절을 웃돌았다. 구별로는 강동구(0.51%), 송파구(0.31%), 강남구(0.26%), 서초구(0.26%) 등이 가파르게 뛰어오르며 서울 평균 상승폭(0.20%)을 넘어섰다.
오는 7월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대선 이후 보름 만에 5천만원 정도 상승했지만 부르는 게 값이다. 7월 중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도 대선 이후 3천만∼4천만원이 더 올랐는데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41㎡는 대선 전 11억1천만원이던 것이 현재 11억5천만원으로 상승했다. 강남에선 재건축뿐만 아니라 대단지 일반 아파트값도 초강세다.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 전용 84㎡는 올해 들어 1억원 이상 오르면서 현재 호가가 15억∼17억원에 이르렀고 래미안반포퍼스티지 84㎡는 호가가 18억∼19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강남권 아파트값이 초강세를 보이는 데 대해 부동산 업계에선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매수심리가 회복된 것이 1차적인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그동안 움츠려 있던 매수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보유세 인상 등과 같은 부동산 규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 안도감을 주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다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이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국내는 저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시장에선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등해 펀드나 주식에서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불안이 심각해질 경우 정부가 어떤 식이든 규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미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하고 가계대출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디에스아르는 준비 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 시행이 가능해, 대응책으로는 늦은 감이 있다. 이에 오는 7월 말 유예기간이 끝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처를 환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날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정책 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주택시장 상황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엘티브이·디티아이 규제를 일률적으로 강화하거나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정부로선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 과열도 방치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강도높은 금융규제로 인해 부동산시장 갑자기 경착륙하는 것도 부담이어서, 새 정부의 정책 대응은 신중한 수위 조절이 이뤄질 것”이라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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