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가 올해 수도권 주택 분양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천주공 재건축 단지 일반분양이 하반기 중 한꺼번에 몰린 데다, 건설사들의 과열된 수주전 탓에 아파트 분양가격도 사상 최고치인 3.3㎡당 3천만원대로 치솟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재건축 조합의 지나친 고분양가 책정에는 제동을 건다는 방침이어서, 일반분양 일정이 차질을 빚는 등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10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올해 경기 과천에서는 8개 단지, 9184가구가 공급(조합·일반분양 합계)될 예정이다. 지난해 과천에선 삼성물산이 재건축한 별양동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일반분양 543가구)가 유일한 분양이었으나 올해 공급물량은 지난해의 17배에 이른다. 지난 2006년 ‘래미안 슈르’와 ‘래미안 에코팰리스 과천’ 공급 이후 11년 만에 과천 주택시장에 큰 장이 서는 셈이다.
과천 구도심 재건축 단지들은 올해 하반기 잇따라 분양에 들어간다. 단지별로 중앙동 주공1단지(1571가구), 원문동 주공2단지(2129가구), 별양동 주공6단지(2145가구), 부림동 주공7-1단지(1317가구), 갈현동 주공12단지(100가구) 등 모두 5개 단지 7262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2578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올 하반기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 끝나면 앞으로 5년 이상은 과천 구시가지 내 일반분양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철거 단계인 5개 단지를 제외한 주공4단지, 주공5단지, 주공8단지, 주공9단지 등 4곳은 안전진단 단계이고 주공10단지는 지난해 구역지정을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과천시가 손잡고 개발하는 공공택지인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도 올해 하반기 첫 분양이 이뤄진다. 대우건설·태영건설·금호산업 컨소시엄이 3개 블록 민영아파트 1922가구를 공급한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갈현동과 문원동 일대 135만㎡ 규모에 지식기반산업단지와 공동주택 등으로 조성되며, 산업단지에는 스타트업·벤처기업 등이 다수 입주할 예정이다.
정부청사가 있던 과천은 주택시장에서 한때 ‘준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고소득층의 인기 주거지였다. 그러나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2010년부터 집값이 곤두박질쳐 2012년 한 해는 아파트 매매값이 10.93%(한국감정원 통계) 폭락하기도 했다. 이후 2015년부터 집값이 회복세로 돌아서 2년 연속 상승했고 지난달 말 기준 3.3㎡당 매매가격은 3107만원까지 올라섰다. 구도심 주공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외지의 투자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값이 오르고 재건축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과천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고분양가’ 위험 지역으로 떠올랐다. 올해 8월 분양 예정인 과천주공1단지의 일반분양 예상 분양가는 3.3㎡당 3313만원으로, 이는 지난해 분양된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의 평균 2700만원보다 22.7% 급등한 가격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지난달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에서 조합은 최고 수준의 분양가를 제시한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뽑았다.
그러나 과천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관측이다. 일반분양을 위해서는 반드시 받아야 할 ‘분양보증’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서울 강남 4구와 경기 과천시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보증공사는 관리지역 새 아파트 분양가격이 인근 분양가에 견줘 지나치게 높을 경우 분양보증을 거절한다는 방침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고분양가의 기준을 놓고 보증공사와 과천 재건축 조합이 시각차를 보이면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입지가 양호한 주공1단지의 일반 분양가 책정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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