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1일 기준 전국의 표준지 땅값(공시지가)이 지난해보다 평균 4.94%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로 1.43% 하락세를 보인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대폭 오름세다. 지난해 초저금리에 힘 입어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인데다 제주도 땅값의 가파른 상승세도 땅값을 밀어 올렸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지가를 23일치 관보에 싣는다고 22일 밝혔다. 표준지는 전국 공시대상 토지 약 3230만필지 가운데 대표성이 있는 필지 1.55%를 표본으로 골라낸 것이다. 시·군·구는 이를 바탕으로 주변 다른 땅의 공시지가를 산정해서 4월말께 공개한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또 조세·부담금 부과 기준 등으로도 활용된다.
올해 표준지 땅값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제주(18.66%)가 가장 많이 올랐고 부산(9.17%), 세종(7.14%), 경북(6.90%), 대구(6.88%), 울산(6.78%) 등의 차례로 상승률이 높았다. 서울도 5.46%로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다. 개발 호재가 많은 제주도에서 서귀포시(18.81%)와 제주시(18.54%)가 시·군·구 단위 지가 상승률 1, 2위를 차지했다. 제주도는 혁신도시와 제2공항 신설,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 등 호재가 많아 땅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뒤이어 서울 마포구(12.91%), 부산 해운대구(12.12%), 연제구(12.09%) 등의 차례로 땅값이 많이 올랐다. 마포는 홍대앞 상권과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상권이 활성화하고, 경의선로 공원화 등으로 주거 여건이 좋아지면서 땅값이 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의 상권별로 지가 상승률을 냈을 때 홍대앞 상권의 땅값은 18.74% 치솟았고, 그 중에서도 카페 거리와 당인리발전소 지하화 사업 등 호재가 있는 상수동은 28.5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맛집이 많기로 소문난 용산구 이태원동과 한남동 인근 경리단길 등의 이태원 상권은 10.55% 올랐다. 이들 상권에서는 임대료가 뛰어오르면서 원주민인 영세 상인들이 쫓겨나가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필지 중 서울 중구 명동8길의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점 자리의 땅값은 3.3㎡당 2억8380만원으로, 14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의 명성을 지켰다. 이어 명동길 우리은행(3.3㎡당 2억7390만원), 퇴계로 유니클로(3.3㎡당 2억6928만원) 등 중구 명동과 충무로 일대 상권에 자리한 필지들이 모두 3.3㎡당 2억원을 웃돌면서 전국 상위 10위권을 휩쓸었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4년 낙찰받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옛 본사 터(7만9341.8㎡)의 3.3㎡당 땅값이 1억1286만원을 기록하며 작년보다 20.85% 올랐다. 현대차는 당시 이 땅을 3.3㎡당 4억원대의 실거래가로 사들였다. 또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터(8만7182.8㎡)는 지난해 1억3068만원에서 올해 1억3860만원으로 6.06% 올랐다.
이번 표준지 공시지가는 국토부 누리집(molit.go.kr)이나 시·군·구 민원실에서 다음달 24일까지 열람하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 이후 조정된 공시지가는 4월14일에 다시 공시된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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