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아파트를 상징하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청담동 아파트.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저성장에 진입한 한국에서 집값 문제는 세대 간, 소득계층 간 격차 갈등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에 빠졌다. 우선 저소득층의 예를 들어보자. 저성장에 따른 저금리, 낮은 투자기회 등의 이유로 월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은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저소득 가구의 소비 제약으로 이어진다. 반면, 은퇴자와 고령층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다주택 보유자들은 생활의 안정을 위해 월세 소득을 늘리려 한다.
최근 출간된 <저성장시대 서울의 도시정책을 말하다>(한울아카데미)는 저소득이 불러올 파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주거문제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집을 둘러싸고 청년과 기성세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모양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라 이름 붙은 상가임대차 문제로 드러난 바 있다.
저성장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다.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은 이 점에 주목했다. 저성장이 나타났을 때 서울이라는 도시를 둘러싸고 어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미리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저성장은 오래된 주택·아파트 등 재고주택 거래를 약화시킨다. 지금까지 서울에서는 오래된 주택들은 철거한 뒤 신축하는 재개발 수법을 이용해 거래가 이뤄져 왔는데, 저성장으로 이런 방식의 재개발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재고 주택이 거래되지 않고, 적절한 리모델링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역 전체가 쇠퇴할 수밖에 없다. 낙후된 지역은 재개발이 이뤄지는 지역과 대조되며 지역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 서울연구원은 전망한다.
인프라 쇠퇴 문제도 심각하다.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1970~1990년대 말까지 공공 인프라가 집중 공급되었던 서울에서는 이 인프라의 내구연한 역시 한꺼번에 도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복지·문화 등 새로운 공공인프라 수요는 늘어나고, 저성장에 의해 세수는 감소한다. 대중에겐 싱크홀로 더 잘 알려진 ‘도로 함몰’ 현상도 인프라 노후화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런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에코 콤팩트 시티’로의 재편을 꾀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좀 더 좁은 공간에 모여 살도록 해 도시공간을 계획적으로 축소하자는 것이다. 작은 인프라 투자만으로 공공 인프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 검토할 만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책은 저성장의 개념, 저성장에 대응한 런던·도쿄·베를린의 대응 사례, 서울의 주요 정책과제 등을 소개하며 저성장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할 모든 도시문제를 한 곳에 담았다. 우리는 서울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음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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