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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1월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 5년만에 최저 왜?

등록 2017-01-30 17:23수정 2017-01-30 20:25

입주물량 확대에 주요지역 전셋값 약세
서울 아파트는 상승폭 지난해 6분의1 수준
울산·전남·충북·제주는 하락 반전
연말과 올 상반기 재계약자는 비용부담 커
전례없이 가팔랐던 2015년 상승분 누적된 탓
새해 들어 전세시장이 예년과 달라졌다. 이달에 설 연휴가 낀 영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해마다 1월이면 전세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움직이면서 전셋값이 꿈틀댔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가격 움직임이 미미한 모습이다. 시장에선 최근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봄 이사철에도 전셋값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신혼부부 등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할 수요자한테는 유리한 여건인 셈이다. 그러나 상반기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가 체감할 전셋값 사정은 좀 다르다. 이들은 최근 2년간 올라서 누적된 전셋값 상승액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할 처지여서 재계약으로 눌러앉기가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1월 한 달간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달 대비 0.06%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상승률(0.18%)의 3분의 1 수준인데다 2012년 1월(-0.03%)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월에 전달 대비 0.44% 상승했지만 올해 1월은 0.07%로 오름폭이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경기도와 인천은 지난해 1월 0.07%와 0.16%에서 올해 1월엔 각각 0.01%와 0.08%로 오름세가 둔화했다.

서울에선 강동구의 전셋값이 1월 한 달간 1.08% 떨어져 가장 많이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3658가구)의 입주가 이달부터 시작돼 전세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를 보이면서 양천구 전셋값은 0.21% 하락했다. 목동 신시가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년보다 학군수요가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로 고가 전셋집이 쉽게 나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부산의 전셋값 상승률이 0.21%로 지난해 1월(0.25%)보다 오름폭이 둔화했고 지난해 1월 0.78% 올랐던 세종시도 올해 1월엔 0.14%로 크게 감소했다. 게다가 울산, 전남, 충북, 제주는 올해 1월엔 전셋값이 아예 하락 반전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연초 전셋값 안정세가 입주 물량 확대의 영향권에 들어선 데서 비롯했다고 본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지난해 4분기 전국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9만1913가구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도의 입주물량이 3만가구를 넘어섰고 서울도 1만가구에 육박(9588가구)하는 아파트가 준공했다. 올해 1분기 입주물량도 전국적으로 지난해 3분기(7만564가구)보다 많은 7만2409가구로 적지 않다. 특히 서울은 올해 1분기 입주물량이 9천가구로 지난해 4분기와 맞먹는다.

2015~2016년 주택시장이 과열되면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갭투자 물건들은 투자 목적이 대부분이어서 전세 만기가 되면 다시 전세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설 연휴를 보낸 뒤인 2월부터 사실상 봄 이사철 움직임이 시작되면 전셋값 안정세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내년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는 것을 앞두고 재건축을 서두르려는 단지들의 이주가 시작되면 서울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여신심사 강화 등 대출 규제와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전세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 계약 만료일이 닥치는 세입자도 ‘억’ 소리 나는 전셋값 부담을 비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연간 전셋값 상승률은 2.82%로 오름세가 가팔랐던 2015년(10.79%)에 견주면 3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재계약하는 전세 세입자는 2015년 이후 2년간 누적 상승분을 보태야 할 처지다. 2014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941만원이었으나 2년 뒤 재계약 시점이었던 지난달 평균 전셋값은 3억7963만원이었다. 재계약을 하려면 7022만원을 한꺼번에 올려줘야 했다는 얘기다. 올해 상반기 재계약 세입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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