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올 전셋값 상승률 2.66% 불구
2년 전과 비교하면 7천만~1억원 껑충 뛰어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 청구권 등 도입 필요
민주당, 내년 한시적 전월세 동결조처 검토
2년 전과 비교하면 7천만~1억원 껑충 뛰어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 청구권 등 도입 필요
민주당, 내년 한시적 전월세 동결조처 검토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내년 2월로 다가온 아파트 반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증금 2억원에 월세 40만원을 내고 있는 그는 어느 정도 전월세 금액을 올려줘야 할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집주인이 부른 인상폭이 예상을 껑충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최근 전월세 시세에 맞춰 전세금 8천만원을 올려주거나 아니면 월세 20만원을 더 내라고 요구했는데, 월세만 올리는 경우라도 인상률은 무려 50%에 이른다.
21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의 전월세 가격이 지난해에 견줘 상당히 안정세라지만 현실은 통계치와 큰 괴리를 보인다. 내년 상반기 2년 만기가 돌아오는 세입자는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해 인상분까지 얹어서 재계약해야 하는 처지인 탓이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올해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66%로 지난해(10.79%)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정도로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해 전셋값이 한꺼번에 많이 올랐던 탓에 내년 상반기 재계약하는 세입자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2014년 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814만원이었으나 올해 11월 현재 평균 전셋값은 3억7906만원으로, 세입자가 재계약하기 위해서는 7092만원을 올려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케이비(KB)국민은행 통계에선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3억1576만원→4억1947만원)이 32.8%가 올라 1억원가량을 더 보태야 하는 것으로 나온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도 현재 서울 아파트의 재계약 비용이 1억371만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지난 2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지수 상승률 통계보다 평균 아파트 전셋값 변동치가 실제로 세입자가 체감하는 전셋값 상승폭에 더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상 지난 2년간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 지수 상승률은 14.17%지만, 평균 전셋값은 7092만원이 뛰어 상승률은 23.01%에 이른다. 이처럼 두 통계 결과가 다른 것은 조사 대상 표본은 같지만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평균 전셋값 통계는 조사 대상 아파트(표본) 가격을 산술평균한 것인 데 반해 전셋값 지수는 지역별, 규모별 아파트의 재고량 분포를 고려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파트 전셋값은 지수 변동보다는 해당 지역의 평균 가격 변동치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처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검토하겠다고 밝힌 ‘한시적 전월세 동결 조처’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시적 전월세 동결 조처는 내년에 한해 재계약이 이뤄지는 주택 전월세 가격을 동결하는 것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이를 한시법으로 포함시키자는 제안이다. 이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현재 서울·경기도의 아파트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70~80%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이후 입주물량 과잉에 따른 역전세난 때 ‘깡통주택’(매맷값이 전세금을 밑돌아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할 수 없는 주택)이 속출하는 부작용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내후년 이후 재계약이 돌아오는 세입자와의 형평성 논란과 집주인들의 예상치 못한 부담 증가 등 실효성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는 “내년부터 2년간 78만가구에 가까운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져 주택시장 연착륙 유도가 과제인 시점에 집주인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강요하는 방식인데다 지속성도 없는 대책”이라며 “전월세 가격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화된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야당이 실현 가능성이 낮으며 국민간 새로운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정책을 제시하지 말고 수년간 법제화되지 못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서민 주거보호대책을 속히 입법화하라”고 촉구했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차 재계약 시점에 임차료 인상률을 일정 수준(연간 5%)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전월세 계약이 끝났을 때 임차인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회에 한해 계약 연장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안대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 의사와 상관없이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고 이때 보증금은 10%(연 5%×2년)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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