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경쟁률 최저 4.3:1, 최고 34.5:1
연희파크 푸르지오 중대형 청약 미달도
입지·분양가 따른 양극화 심화할 듯
연희파크 푸르지오 중대형 청약 미달도
입지·분양가 따른 양극화 심화할 듯
분양권 전매와 청약 규제를 강화한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처음 서울에서 공급된 5개 단지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대책 이전과 견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 대책에 따라 전반적으로 투기성 가수요가 빠져나간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일부 단지에선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이 나오는 등 분양시장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크게 위축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1일 금융결제원 집계를 보면, 11월30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래미안 아트리치’(성북구 석관동), ‘신촌그랑자이’(마포구 대흥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관악구 봉천동), ‘연희파크 푸르지오’(서대문구 연희동),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송파구 풍납동) 등 서울 5개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까지 치솟았던 11·3 대책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강북과 비강남권 단지들의 경쟁률은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이 분양한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는 평균 5.0 대 1로, 이는 지난 10월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분양한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16.3 대 1)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관악구에서 오랜만에 공급돼 주목받은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도 경쟁률이 6.0 대 1로 높지 않았고 대우건설이 서대문구 연희동에 공급한 ‘연희파크 푸르지오’는 4.3 대 1에 그치면서 경쟁률이 가장 낮았다. 연희파크 푸르지오는 중대형인 전용면적 112㎡형에서 15가구의 미달 물량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반해 도심권인 마포와 강남권 송파구에 공급된 2개 단지는 경쟁률이 꽤 높았다. 지에스(GS)건설이 분양한 ‘마포 신촌그랑자이’는 371가구 모집에 모두 1만1871명이 청약해 평균 32.0 대 1을 보였고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송파구 풍납동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는 평균 34.5 대 1을 기록했다. 다만, 신촌그랑자이 청약률은 지난 10월 인근에 공급된 ‘신촌숲아이파크’(마포구 신수동) 1순위 평균 경쟁률(74.8 대 1)에 견줘선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또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는 지난 10월 인근 강동구 ‘고덕그라시움’(2010가구, 경쟁률 22.2 대 1)보다는 경쟁률이 높지만 일반공급 가구 수가 71가구로 고덕그라시움보다 턱없이 적은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과열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11·3 대책으로 서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난데다 재당첨이 제한되고 청약 1순위 요건이 강화되면서 청약경쟁률이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전매 차익을 노린 투기적 가수요가 발붙이기 다소 어려워졌고 실수요자들도 일정 기간 한번뿐인 청약 기회를 신중하게 써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포와 송파 등 주요 지역의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이른 것은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그 이전에 서둘러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이 몰린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년 1월1일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받고 공급되는 아파트 계약자는 입주 시점 잔금대출 때 빚 상환능력을 심사받고 처음부터 원리금을 분할상환해야 하는 등 대출이 더 까다로워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과열이 심했던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한편으로는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연말까지는 서둘러 분양받자는 수요층이 많아 서울 어느 곳이든 청약경쟁률이 그런대로 나오겠지만 내년부터는 입지와 분양가에 따른 선호도 차이가 한층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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