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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돈풀기·차이나머니 공습에 세계 집값 ‘껑충’…트럼프 이후는?

등록 2016-11-27 12:00수정 2016-11-27 21:41

저금리 장기화로 부동산에 돈 몰리고
중국 큰손들 세계 집값 끌어올려
중국내 가격뛰자 외국 부동산쇼핑 붐
( ※ 클릭하시면 확대 됩니다. )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장기화로 중산층의 실수요와 투자 목적 수요가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했다. 집값 상승은 가계부채의 증가를 동반해 최근 금리 반등에 따른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주요 나라들의 주택가격 지수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집값 상승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회복을 위해 실시한 마이너스 금리 등 통화완화 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차이나 머니’의 외국 부동산 투자도 세계 주택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인들이 투자하고 있는 세계 도시 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와 멜버른, 캐나다의 밴쿠버 등의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이 과감하게 국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자국 부동산이 그만큼 비싸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밀어 올린 주택가격을 떠받치는 한 축은 가계부채라는 모래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료를 보면 2008~2015년 사이 전 세계 부채는 57조달러가 늘어나 부채 총액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미, 금융위기 전 사상 최고치 근접
독일은 2010년 이후 뒤늦게 급등세로
한·중, 가계부채·거품붕괴 우려 고개

최근 금리급등에 부동산시장 위축될지
‘트럼플레이션’에 되레 상승장 열릴지
트럼프 시대 앞두고 불확실성 논쟁중

미국 주택시장 역대 최고치 근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시작됐다. 미국 주택시장은 부동산 거품이 정점을 쳤던 2006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활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2012년 3월 바닥을 친 뒤 꾸준히 상승 추세를 그려왔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서 지난달 25일 발표한 미국의 8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20대 도시)는 191.7로 2012년 바닥(134.1)에 견줘 43% 올랐다. 2006년 7월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206.5)에는 7.2%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지수는 역대 최고치까지 불과 1.6%를 남겨두고 있다. 케이스-실러 지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와 칼 케이스 두 사람이 개발한 것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주택 공급은 제한적이지만 수요는 고용시장 회복과 1인 가구의 증가로 탄탄하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주택보유율은 올 2분기 말에 62.9%로 하락해 미국 통계국이 집계를 시작한 1965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부동산시장이 주택 대기수요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다 향후 인프라 지출 확대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잠잠하던 독일, 영국을 추월

독일은 지난해 자가주택 보유율이 52.5%로 유럽국가들 가운데 낮은 편이다. 1990년 통일 뒤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에 더해 세입자 위주의 안정적인 주거문화를 이룬 덕분으로 분석된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 건설로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월세를 3년간 20%(인구과밀지역은 1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민법에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당시 독일 부동산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랬던 독일의 주택가격이 2010년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유럽연합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 자료를 보면 독일 주택가격지수는 올 2분기에 125.50을 기록해 6년 만에 24.9% 상승했다. 독일 민간 금융컨설팅 회사인 유로페이스 통계를 보면 독일의 7월 아파트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11.46% 올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독일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37.2%로 유럽에서 가장 높았던 영국(34.7%)을 뛰어넘었다.

주택대출 요건이 완화하면서 자가보유 수요가 확대되고 투자 목적의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독일 부동산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이후 주택자금 대출 증가율도 7%에 바짝 다가섰다. 신중호 연구원은 “독일은 실업률(4.2%)이 낮은데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부채비율(52.95%)도 되레 낮아져 금리가 올라도 단기간에 충격이 발생할 위험은 낮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중국 ‘부동산 거품론’ 논쟁중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는 서구 언론들이 수년째 거듭 경고해왔지만 아직도 불발탄이다. 부동산시장 과열로 지난 5월 이후 주요 도시들에 대한 부동산 규제가 강화됐지만 부동산 가격은 18개월 연속 상승했다. 중국지수연구원 통계를 보면 중국의 100대 도시 10월 평균주택가격은 제곱미터당 1.65% 오른 1만2825위안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8.21% 올랐다. 선전이 5만5150위안으로 1위 자리를 굳게 지켰고 상하이(4만5447위안)와 베이징(4만0948위안)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도시는 규모와 정치·경제적 영향력에 따라 1~3선으로 나눈다. 1선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텐진 5곳이며, 2선은 항저우, 쑤저우, 난징, 청두, 충칭 등이다. 다른 중소형 도시는 3~4선으로 분류한다. 텐진을 제외한 1선 도시 4곳의 주택가격은 1년 새 약 30% 올랐다. 2선 도시들도 풍선효과로 10% 올랐다.

하지만 서창배 부경대 교수는 중국 부동산시장에는 지역별로 양극화한 두 종류의 버블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1~2선 주요 대도시에 부동산 가격거품이 있다면, 3~4선 중소도시엔 과잉 투자와 부동산 거래 침체로 ‘재고거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3~4선 도시들은 건설투자는 많으나 실수요가 부족해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거주자가 없는 유령도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부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것만으로 중국발 위기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거품이라고 생각할 때는 거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 상승은 택지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일치와 부동산 세수에 의존하는 지방정부의 재정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부동산 활황 뒤 가계부채 그림자

한국도 지난해와 올해 부동산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8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2.59% 올랐고 서울은 7.92% 상승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수도권 매매가격지수가 상승하며 지방과 온도 차가 커졌으나,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지역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8%로 국제결제은행(BIS)이 이 비율을 집계하는 42개국 가운데 8위로 크게 높은 편이다. 게다가 최근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국과 달리 집값이 크게 조정받지 않아 가계부문의 부채 축소 과정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가계부채 문제가 부동산시장 과열 논란과 뒤얽히면서 정부가 투기억제를 했다가 부동산 규제 완화로 다시 돌아서는 패턴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가계소득의 성장이 정체하고 전반적인 고용 사정이 악화하는 등 상환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로는 호주, 스위스,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있지만 연금 같은 미래소득은 물론 고용 안정성, 사회보장제도 등이 더 나은 편이어서 우리보다 가계부채 부담은 훨씬 덜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대도시 집값 수준은?

세계 국가와 도시의 비교 통계 정보를 제공하는 넘베오(NUMBEO)의 최신 자료를 보면 240개 도시 가운데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PIR)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 주요 도시들이다. 선전이 44.2배로 1위이고 상하이와 베이징도 30배를 넘는다.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은 가구의 소득수준에 견줘 주택가격이 적정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20이면 20년 동안 소득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은 20.86배로 도쿄와 뉴욕을 제치고 세계 20위에 올라있다.

독일 대도시의 소득대비 집값은 세계 주요 도시 수준에 견줘 매우 낮은 편이다. 뮌헨이 12.97로 70위이며 베를린은 8.72로 138위를 기록하며 한참 아래쪽에 있다. 이에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독일은 1인당 가처분소득이 영국보다 높고 국가 경쟁력도 앞서 있는 까닭에 최근 부동산 가격의 상승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시대, 세계 집값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세계 부동산 가격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재정지출 확대 공약 등의 영향으로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전망이 다소 달라지는 분위기다. 장기 국채금리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르는 데 따라 미국을 필두로 주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 대선 이후 30년 고정금리 대출 평균금리가 0.5%포인트 올라 4%대에 진입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11월 둘째 주 들어 주택 판매에 영향을 주는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도 9.2% 줄어 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금리를 갈아타기 위해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바꾸는 비율인 재융자지수는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62%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현재 금리의 절대적 수준은 과거보다 여전히 낮은 편이어서 금리와 주택가격 사이의 상관관계가 예전보다 느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주택가격은 그간의 상승세가 완만해지는 수준이거나, 하락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최근 트럼프 당선 효과로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현상이 굳어질 경우 집값 추이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물가가 상승할 경우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져 부동산시장이 강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은 향후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그래픽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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