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만 40살 미만 청년과 혼인기간 5년 이내인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본격화한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올해 4월 발표한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방안’에서 도입하기로 한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 사업으로,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존 매입임대주택과 달리 경제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매입 대상 주택의 조건은 까다로운 탓에 사업자가 임대용 주택 물량을 매입 방식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사업 시행을 위해 전국에 걸쳐 대상 주택 매입 신청접수를 18일까지 받는다고 8일 밝혔다. 매입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60㎡ 이하 및 감정평가 가격 3억원 이하의 소형 아파트로 최대 2000가구다. 수도권 전역과 5대 광역시 및 인구 10만 이상 지방 시·군 지역에 위치한 주택으로, 단지 규모가 150가구 이상이어야 한다. 완공된 지 10년이 경과했거나 노후화가 심한 주택, 개발이 예정돼 있거나 입지 여건 등이 불량해 사실상 장기임대가 어려운 주택 등은 제외된다.

아파트를 매도하고자 하는 집주인은 엘에이치 누리집에 게시된 공고문에 첨부된 신청서를 작성해 아파트가 소재한 지역의 엘에이치 지역본부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이후 현장 실태조사, 감정평가·매매협의를 거쳐 최종 계약이 이뤄지며 접수부터 소유권 이전까지는 약 2개월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입주자 모집은 임대 대상 주택의 매입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체 물량의 70%는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한다. 신청자격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이하의 무주택 세대구성원이며 공공임대주택(10년)과 마찬가지로 해당 세대가 소유한 부동산 및 자동차 자산규모가 일정금액 이하여야 한다. 임대보증금은 주택 매입가격의 50%로 월 임대료는 최소한의 임대운영 경비 수준에서 책정된다. 엘에이치는 주택가격이 2억원인 주택일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만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이 연 1% 이하다. 임대기간이 종료되면 리츠가 일반매각(분양전환)하거나 임대주택으로 연장할 수 있는데, 일반매각으로 결정되면 입주자에게 매입우선권을 주게 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이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도심권 아파트인데다 임대료도 저렴해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사업의 첫 걸음인 임대물량 확보가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집주인들이 시장에서 쉽게 팔 수 있는 소형 아파트를 굳이 엘에이치에 감정가로 매각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거나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집주인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입 대상 주택을 완공된 지 10년 이내인 아파트로만 제한한 것도 매도자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제약으로 보인다. 엘에이치 금융사업기획처 관계자는 “준공된 지 1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아파트라면 그만큼 수선유지비가 많이 들고 이는 고스란히 입주자의 월세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10년간의 임대기간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말했다. 엘에이치는 이번 청년·신혼부부 매임임대 첫 사업에서 한꺼번에 2000가구를 사들이진 못하더라도 매입물량이 확보되는대로 순차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