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토교통부는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경기·세종·부산의 청약시장 과열을 규제하는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강남 4구의 분양권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들이 담겼지만 보다 강력한 대책인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빠졌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2일 사전 브리핑에서 “주택가격, 거래량, 주택시장 흐름을 살펴본 결과 현재 시점에서 투기과열지구는 지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다만 과열현상이 심화하거나 확산한다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실장과의 문답 내용이다.

- 이번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빠진 이유는?

“최근 3주 동안 주택가격·거래량, 청약경쟁률 등 계량적 지표와 시장 탐문을 거쳐 살펴본 결과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투기과열지구를 운영했던 2000년 초중반에는 토지이용 규제 등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든 반면 경제가 좋았고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해 집값 급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시장 공급 상황도 다르고, 금리 인상 가능성, 거시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아직 아니다.”

- 정부 대책이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얼마나 차이가 있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과 함께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분야와 재건축조합 조합원 지위 양수·양도 금지 등 10여가지 규제가 자동으로 시행된다. 이번 관리방안은 새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나타나는 이상과열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앞으로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할 가능성은 없나?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과열현상이 심화·확산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검토하겠다.”

- 최근 부산은 ‘투기수요의 천국’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청약경쟁이 심하다. 부산이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대상에서 빠진 이유는?

“주택법상 지방 민간택지에는 전매제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부산도 전매제한이 적용되지 않았다. 재당첨·1순위 제한 등은 시행되는 만큼, 청약과열은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 효과를 분석해 과열 양상이 계속된다면 부산에도 전매제한 기간을 부여하는 쪽으로 주택법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하겠다.”

- 부동산 시장이 우리나라 거시경제를 상당 부분 지탱하고 있다. 이번 규제가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서울·경기 일부·부산·세종 등 조정 대상 지역이 이번 조치로 주택시장이 ‘급랭’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 청약시장 과열은 계속 경고가 있었다. 정부 대책이 너무 늦은 것 아닌가?

“올 3월까지는 서울 주택시장을 살폈을 때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하락하는 곳도 있었다. 4월 이후 미국 연준 금리 동결, 총부채상환비율·담보인정비율 규제완화 연장, 6월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등이 이뤄지면서 조금씩 주택시장 흐름이 달라졌다.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여러 부분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