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당첨 제한,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 검토
주금공은 연말까지 보금자리론 사실상 중단
주금공은 연말까지 보금자리론 사실상 중단
정부가 최근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집값 급등과 청약 과열 현상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투기수요 억제책 검토에 들어갔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구입자금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 상품을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사실상 중단하는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16일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강남 등 재건축 단지 중심의 단기 집값 급등, 아파트 청약시장의 이상 과열 등 국지적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집값 상승폭이 커지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보이면 곧바로 시장 안정책을 내놓기 위해 주택시장을 정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택시장 과열에 대해 내년 이후 공급과잉 우려 등을 고려해 소극적 대응을 해온 국토부가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지난 ‘8·25 가계부채 대책’에서 아파트 건축 인허가 규제 등 공급 축소 방안을 내놨지만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직접적인 수요 규제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재건축 아파트 매맷값이 3.3㎡당 평균 4천만원을 넘어서고,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지적 과열 현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수요억제책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도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투자 목적의 과도한 수요 등에 의한 과열 현상이 이어질 경우 단계적·선별적 시장 안정책을 강구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즉각 취할 수 있는 조처로 강남을 포함해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과열을 빚고 있는 지역에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고 재당첨 제한 금지 조항을 부활하는 내용의 수요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청약시장이 과열을 빚으면서 분양가가 올라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강도높은 규제인 ‘투기과열지구’를 부활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투기과열지구는 2000년 초 집값 급등기에 도입됐다가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된 2011년 말 강남3구의 해제를 끝으로 현재는 지정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이런 가운데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 신청자격을 19일부터 제한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대출자의 소득을 따지지 않고 주택을 담보(최대 70%)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연말까지는 주택가격 3억원 이하, 대출한도는 1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별도 제한이 없었던 소득조건도 디딤돌 대출과 같은 부부합산 6천만원 이하라는 항목이 새로 생겼고, 사용처도 주택 구입 자금으로 한정된다.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집값이 비싼 수도권에서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보금자리론은 10~30년 만기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고정금리,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으로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이 이뤄졌다. 하지만 올 초 금융당국이 여신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중은행 대출 문턱을 높이자 보금자리론 수요가 크게 늘었다. 상반기까지 월 7천억~8천억원 수준으로 대출이 나갔지만, 7~8월에는 각각 2조원이 쓰인 것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연간 목표치인 10조원을 이미 초과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연말까지 일정 부분 공급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금공이 갑작스럽게 조건을 변경해 주택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금공 쪽은 “대출 기준 변경이 올 연말까지로 한정됐고 현재 변경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는 만큼 내년에는 조건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훈 이정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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