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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잠자던 재개발도 깨우는 ‘뉴스테이’

등록 2016-09-18 18:46수정 2016-09-18 23:45

[부동산 시장 달구는 뉴스테이] ① 재개발 ‘새로운 큰손’ 뉴스테이
10년 해묵은 부평 ‘청천2’ 재개발
뉴스테이 리츠 7800억 투입 ‘탄력’
“동네 다 헐고 천지개벽 될 거야”
세입자 반발·공자금 특혜 시비도
미분양 우려 때문에 중단됐던 인천시 청천2구역 재개발사업이 뉴스테이와 접목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청천2구역 재개발조합은 마을 철거를 앞두고 지난달 11~24일까지 이주비 신청 접수를 받았다.  인천/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미분양 우려 때문에 중단됐던 인천시 청천2구역 재개발사업이 뉴스테이와 접목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청천2구역 재개발조합은 마을 철거를 앞두고 지난달 11~24일까지 이주비 신청 접수를 받았다. 인천/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요즘엔 다들 재개발 얘기만 해. 이 동네가 몇 년 안에 천지개벽이 될 거야. 다 헐고 아파트 단지가 생기거든.” 지난 12일 찾은 인천광역시 ‘청천2 주택재개발’ 구역에서 만난 박아무개(71) 할머니의 말이다. 장수산 자락에 자리한 부평구 청천동에서 할머니는 30년 넘게 살아왔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연립·단독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곳곳에 빈집이 보이는 이 마을은 곧 철거될 예정이다.

박 할머니의 말처럼 조용했던 청천2 재개발 구역이 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청천2구역은 미분양 우려 때문에 오랫동안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곳이다. 2006년 10월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승인되고, 2010년 6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지만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다. 이른바 ‘흥행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서울 강남권 등을 빼곤 재개발·재건축이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천2구역의 10년 묵은 재개발 사업을 흔들어 깨운 건 다름 아닌 ‘뉴스테이’였다. 뉴스테이는 기업이 중산층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월세형 임대주택을 말한다. 지난해 8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돼 정부가 사업을 본격화한 지 1년이 됐다.

청천2구역은 뉴스테이 사업과 연계한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다른 재개발 사업에서 볼 수 없는 놀라운 계약도 이뤄졌다. 한국토지신탁이 만든 리츠(케이원 청천2뉴스테이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이 구역에 건설 예정인 아파트 5190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 3247가구를 뉴스테이용으로 7800여억원에 통째로 사들였다.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 사업에 투자한 뒤 수익을 되돌려주는 투자회사다. 개개인에게 분양하는 시세보다는 다소 싸게 거래됐지만 공급물량이 한꺼번에 팔리면서 중단됐던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재개발조합이 뉴스테이 사업자에게 일반분양 물량을 싸게 판 데 대한 반대급부로 용적률을 올려줬다. 청천2구역 용적률은 248%에서 294%로 높아져, 아파트 공급물량이 3592가구에서 5190가구로 크게 늘어 수익성이 높아졌다. 청천 뉴스테이는 올해 말 입주자를 모집하고 2019년 입주를 시작한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인천·광주·부산 등 재개발 구역 8곳 ‘뉴스테이’로 전환

재개발조합은 미분양 우려 없고
임대사업자는 싼 주택확보 이점
정부는 노후주택개선 이해 맞아
중산층 월세 임대 ‘재개발 바람’

임대수요·입지 등 따지지 않고
투기성 사업 흐를땐 부작용 커
집값 부추긴 MB때 뉴타운 될수도

최근 들어 뉴스테이라는 ‘큰손’이 오래 묵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잠 깨우는 촉매가 되고 있다. 재개발조합과 임대사업자,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먼저 재개발 조합은 뉴스테이와 손잡는 대신 용적률을 높여 추가 부담금을 낮출 수 있다. 리츠는 자금을 모을 때 주택도시기금 출자 등 공적 지원을 받고, 시세보다 싼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이점을 누린다. 정부는 노후 주거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임대주택 정책인 뉴스테이 사업을 활성화하는 수확물을 챙긴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처럼 재개발 일반분양 물량을 개인한테 개별적으로 팔았다면 미분양으로 사업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뉴스테이와 접목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잘 조율돼 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뉴스테이팀까지 따로 만들었다.

청천2구역뿐만이 아니다. 인천 부평구 십정동 십정2구역도 뉴스테이가 들어오면서 10년 만에 정비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십정2구역은 2007년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재개발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인천도시공사와 부동산컨설팅 회사인 스트래튼홀딩스가 만든 리츠가 뉴스테이 사업에 나서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뉴스테이 리츠가 일반 분양 물량 3500가구를 통째로 사들여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이처럼 뉴스테이를 연계한 재건축·재개발이 속속 확산되고 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조합 총회를 거쳐 뉴스테이 사업자를 선정한 정비 사업 구역만 8곳에 이른다. 리츠 등이 뉴스테이 몫으로 일반 분양 물량을 사들여 인천·광주·부산·대구·천안 등에서 길게는 12년 만에 정비 사업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아직 사업자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국토부가 선정한 후보 구역만 17곳이 더 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개발 수익성이 떨어지던 인천·경기·지방 구도심에 뉴스테이가 들어가 ‘죽은 사업’을 살려내면서,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도시 정비 사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뉴타운 붐’에서 보았듯, 재건축·재개발은 주변 지역 집값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뉴스테이 연계형 재개발을 앞둔 청천2구역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새롭게 들어서면 주변에 편의시설이 생기고, 상권이 발달하게 된다”며 “청천 뉴스테이 주변의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들어 신도시 형태의 대규모 신규 택지개발보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에 무게중심을 둔 정책을 펴왔다. 2014년 ‘9·1 부동산 대책’에서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2017년까지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8·25 가계부채 대책’에서도 공공택지 공급 축소를 거듭 강조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는 대대적으로 완화해왔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이나 단축했고, 재개발 사업지의 공공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을 낮춰 사업 수익성을 높였다. 지난해 4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돼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분양가격 상승 여지를 높여줬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는데, 뉴스테이가 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스테이를 활용한 재건축·재개발이 지역 사회 주목을 받을 경우 정치적 개입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뉴스테이가 중단됐던 재개발 사업을 살려내면서 각 지역마다 관심이 뜨겁다. 뉴스테이는 임대사업이다. 임대수요·입지 등 철저한 사업성 분석 없이 국회의원의 생색내기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는 양상이 보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책 없이 내몰리는 세입자의 반발, 사업수주 관련 특혜 시비 등 곳곳에서 갈등도 잠복해 있는 상태다. 실제 인천 청천2구역 재개발도 일부 세입자들이 이주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 십정2구역의 경우 인천도시공사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설계 등을 수행할 업체와 수의계약을 했다며 특혜 시비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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