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부는 1980년 9~12월 차명 부동산을 보함해 대기업의 토지, 건물 등 부동산 소유 현황을 조사했다.
재벌의 부동산 투기는 수십년 된 논쟁 주제다. 1980년 전두환 정부의 재벌의 부동산 보유 실태 조사도 그 긴 역사 중간에 등장한다.
재벌은 박정희 정부 때 차관으로 들여온 해외자금을 저리로 융자받는 등 혜택을 받았다. 부채비율이 높은데 부동산에 투자한 기업도 많았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기획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1972년 ‘8·3 조치’를 통해 기업의 사채를 동결해줬다. 대신 투기 목적인 이른바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라고 대기업을 압박했다. 1974년 12월 언론 보도를 보면, 정부는 10억원 이상 대출을 받은 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로 팔도록 하는 토지금고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의 이런 정책은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규정, 강제 매각 절차 수립 등에 시간이 걸려 곧바로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광주 민주화 항쟁을 진압하고 전두환 대통령이 1980년 9월1일 취임했다.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27일 이른바 ‘기업체질 강화대책’인 9·27 조치를 발표했다. 총여신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대출금이 50억원 이상인 기업 등 1216곳 법인과 기업주 등이 소유한 토지와 건물을 일괄해서 1980년 9월29일~10월15일 자진신고하도록 지시했다. 법인, 기업주는 물론 대주주와 배우자, 직계 존·비속 등의 명의 부동산도 모두 신고 대상이었다. 정부는 신고받은 부동산 목록과 별도로 조사한 실제 부동산 보유 목록을 비교해 기업들이 신고에서 누락한 부동산을 찾아냈다.
제보 등을 바탕으로 타인 명의 부동산 보유 실태도 조사했다. 이후 1980년 12월15~31일 타인 명의 부동산 특별조사를 벌였다. 담보제공자, 재산세 대납자는 물론 ‘재벌의 내연관계에 있는 자’도 조사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공표되지도 않았고 정책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이 조사 때 일부 드러난 재벌 차명부동산의 실명 전환 여부도 알려진 바 없다. 이후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정책은 1990년 노태우 정부 때 실행됐다. 전두환 정부의 이 조사는 대기업을 압박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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