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연남동 경의선 숲길 모습. 밤 11시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음성원 기자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계속해서 벌어지게 될까?
상수와 연남 이외의 지역에서 벌어졌던 일이 다른 지역에서 또다시 벌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적당한 장소, 정부 정책 및 금리 환경, 투자자 쏠림 등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 중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쏠림현상을 일으키는 투자자가 존재하느냐 하는 점이다. 상수와 연남에다 서촌(92개 건물)의 등기부등본 자료까지 더해 건물주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봤다. 건물주 나이의 평균을 계산해 보니, 세 지역 모두 똑같이 1958년생으로 나타났다. ‘58년 개띠’다.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은 강남과 분당 등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경험해왔다. 이들은 “부동산을 팔면 반드시 다른 곳의 부동산을 되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팔고 난 뒤 매입하지 않으면 어느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다시는 부동산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꼴을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은퇴하는 순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진 않을까? 그렇진 않다. 그리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 분석 결과 이미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3년 동안 상수·연남·서촌 부동산을 매입한 이들의 평균 출생연도는 1967년생이었다. 이보다 젊은 사람들도 많다. 등기부등본에서는 다음과 같이 수많은 젊은이들의 부동산 매입 사례를 목격할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작은 건물은 2013년 10월부터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김아무개(39)씨의 소유가 됐다. 83㎡(25평)의 작은 땅에 건물도 2층(연면적 105.45㎡·32평)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맷값이 자그마치 12억5천만원에 달했다. 지하철 6호선 상수역 바로 옆인데다 모서리에 있어 위치가 좋았기 때문이다. 김씨의 은행 근저당 설정액은 무려 9억6천만원에 이른다. 매맷값의 76.8% 수준이다.
하아무개(41)씨 부부 역시 2014년 10월 상수동 건물을 10억4천만원에 샀는데, 근저당 설정액이 7억2천만원에 달했다. 인천에 사는 최아무개(34)씨도 2014년 8월 상수동 건물을 13억3천만원에 매입하면서 은행에서 10억원 이상의 대출(근저당 설정액 13억2200만원)을 받았다. 부동산 쏠림 현상을 일으킬 주체는 앞으로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저금리 시대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들은 어느 곳으로 몰려갈까? 물론 알 수는 없다. 다만, 미래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가격이 저평가되어 있으되 향후 발전가능성이 높은 곳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투자자들 사이에 그런 장소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순간 투자 쏠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 그곳이 바로 ‘뜨는 동네’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