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짬] ‘평등 토지권’ 운동 이끄는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토지세 중과로 빈곤해결 주장한
헨리 조지 연구로 박사 학위
기독교인들이 연구소 후원 주축 아파트회장 된 뒤 해임투표 세번
“주민 참여때 아파트 공동체 건강” 지난해 10월 동대표회장 취임 뒤 그는 동대표 회의록을 입주민에게 공개하고, 관리사무소장은 자신에게 일일보고를 하도록 했다. 이게 사달의 시작이었다. “우리 단지 아파트 규약은 회의록 공개를 의무로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 동대표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히 발언해 여러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소장에게 보고하도록 한 것은 아파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죠.” 하지만 다수 동대표의 뜻은 달랐다. 회의록 공개는 동대표들의 명예훼손이고, 일일보고는 소장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여겼다. 그리고 해임 시도가 이어졌다. 법원이 남 소장의 손을 들어주며 해임 움직임은 잠잠해졌지만 불화는 여전하다. “임기(내년 9월) 내 의미 있는 활동은 어려울 것 같아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견제하는 구실 정도에 머물 것 같아요.” 그가 2007년 창립 뒤 소장을 맡아 이끌고 있는 토지+자유연구소는 평등한 토지권을 내세우는 국내 유일의 시민단체다. 이 연구소의 모체라 할 수 있는 토지정의시민연대(2005년 발족) 사무처장을 맡기도 했다. “사회의 좋은 변화를 위해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10년 이상 살고 있는 동네에 관심이 없었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지인의 권유도 있어 동대표회장 선거에 나섰죠.” 그는 지난 석 달을 이렇게 토로했다. “엘리베이터에 계속 해임투표 공고문이 붙고, 아이들과 아내도 ‘안 하면 안 돼?’라고 하더군요. 해임투표 기간엔 아침마다 투표 독려 방송이 나왔죠.” 그는 근무여건이 비교적 자유로운 시민단체 소속이 아니라 일반 직장인이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도중에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그게 바로 해임을 추진하는 이들의 의도란 생각이 들었죠.” 이 경험은 아파트 공동체 문화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까요. 유권자들이 대통령 뽑아놓고 할 일 다 했다고 하잖아요. 아파트도 비슷하죠. 주민의 80%는 관심이 없어요. 벽보에 공고문이 붙으면 진실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왜 시끄럽게 하냐’고 싸잡아 비판하죠.” 그는 이런 무관심이 아파트 관리상의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토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회는 감시 언론이라도 있지만 여긴 아무것도 없어요.” 그는 지난 6개월의 고투에서 깨달은 바를 이렇게 정리했다. “동대표 회장 등 아파트 관리 책임자 몇명만 정보를 독점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지금의 구조는 이들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저지하기가 어려워요.” 그가 토지 공공성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대학원에서 헨리 조지(1839~97)의 사상을 만나면서다. 그는 2005년 성균관대 정치학과에서 ‘헨리 조지의 대안적 경제체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세기 미국의 경제학자인 조지는 토지 공유를 주장하면서 지주들의 불로소득을 지대세로 환수해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땅의 가치 상승은 인간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것이기에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는 게 조지의 기본 아이디어죠. 그는 마르크스와 달리, 시장경제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봅니다. 토지 소유자의 지대 추구가 자본가와 노동자를 동시에 괴롭힌다고 보죠.” 국내 ‘조지스트’(조지의 사상을 따르는 이들)의 주축은 기독교인들이다. 연구소 후원자의 상당수도 그들이다. 강원 태백에서 기도공동체 예수원을 창설한 미국인 대천덕(1918~2002, Archer Torrey) 성공회 신부가 조지 사상을 설파한 게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성경 레위기 25장에 희년이란 말이 나옵니다.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에 땅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라고 합니다. 땅의 영구매매도 금지하죠. 성경의 기본 생각은 토지권이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다는 것이죠.” 그는 땅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이렇게 봤다. “지대 추구는 개인에겐 이익이 될지 모르나, 사회에겐 마이너스죠. 좋은 사회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게 사회에도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에 들어간 그는 신입생 때 기독교를 만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학년 때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 가입했죠. 2학년 때까진 개인의 신앙에 집중했지만 3학년 이후 책도 읽고 성경을 새로 읽으면서 사회의 구조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일조하며 사는 삶을 꿈꾸면서” 기계과 졸업 뒤 다시 정치학과에 편입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한국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토지보유세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땅입니다. 토지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집값은 마치 자동차와 같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떨어집니다.” 보유세 중과로 토지의 미래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를 꺾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보유세 강화에) 관심이 없죠. 노무현 정부가 강화하려는 노력을 한 거의 유일한 정부입니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가 되돌려 지금은 노 정부 이전으로 돌아간 상태죠.” 헨리 조지는 토지엔 중과하되 소득세 등 다른 세금은 크게 낮춰야 한다고 봤다. 노무현 정부 때 남 소장도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지금은 법인세 등 다른 세금도 올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우선 증세 대상이 토지세라고 보는 것이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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