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래미안’ 아파트 촌으로 변모할 예정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타운 주변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지에스(GS)건설의 ‘자이’가 입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업계에선 그동안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이 좌우했던 강남 재건축 수주전의 판도 변화를 몰고 올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에스(GS)건설은 지난 19일 열린 서초무지개아파트 시공사 선정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1132표 가운데 725표를 득표해 삼성물산(402표)을 따돌리고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1978년 지어진 무지개아파트는 지상 35층, 9개동 1487가구 규모의 ‘서초 그랑자이(가칭)’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이주 절차에 들어가 2017년 일반분양이 예상된다.
서초무지개아파트가 자이 브랜드를 달게 되면서 서초 우성 1~3차와 무지개·신동아를 통합 개발해 5000여가구의 ‘래미안 브랜드타운’을 조성할 계획이었던 삼성물산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서초 삼성타운 시너지 효과를 앞세워 우성 1~3차 재건축을 싹쓸이 수주한 삼성물산은 무지개아파트에 이어 내년에 신동아까지 손에 넣을 계획이었으나 일격을 맞은 셈이다. 반대로 지에스건설은 3년 전 서초 우성 3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단 3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던 아픔을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이번 수주전이 지에스건설의 압승으로 끝난데 대해 부동산업계에서는 강남 재건축 수주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에스건설이 삼성물산보다 3.3㎡당 50만원 비싼 공사비(469만원)를 제시했고 브랜드 경쟁력도 다소 열세였지만 자이만의 특화설계를 내세워 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지에스건설은 애초 10개동으로 계획된 단지를 9개동으로 바꾸는 대신 2만㎡ 규모의 단지 내 중앙공원(그랑파크)을 만들기로 했다. 가구수는 1487가구로 조합이 제안한 1481가구보다 7가구 늘리고, 주차대수도 898대 증가시킨 총 2974대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커튼월(비내력 칸막이벽) 마감 외장, 테라스의 입체적 입면 구성, 지상 5~6개층 이상 석재 마감 등 차별화된 건축 설계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넘어 ‘디자인 경쟁력’이 강남 재건축 수주전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들이 단순한 브랜드보다는 공사비를 더 부담하더라도 다른 단지와 뚜렷하게 차별화된 주거공간을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환열 지에스건설 도시정비담당 전무는 “무엇보다‘자이가 만들면 다르다’는 믿음을 드리는데 성공했다고 본다”면서“향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에서도 단지별 특화 설계를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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