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되는 위례새도시 아파트 가격
서울 잠실에 직장을 둔 이아무개씨는 잠실에서 가까운 위례 새도시 아파트 분양권 구입을 위해 최근 현지 중개업소를 방문했다가 ‘억’소리 나는 웃돈(프리미엄) 시세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청약 때 인기가 높았다는 ‘위례 자이’ 중대형 아파트에 최고 2억원대의 웃돈이 붙어 거래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강남의 재건축 단지도 아닌 정부가 조성한 공공택지에서 이런 ‘로또 아파트’가 나오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14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말 ‘청약 광풍’을 몰고 왔던 위례 새도시 주요 아파트들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이달부터 연말까지 잇따라 풀리면서 현지 분양권 거래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위례 새도시에서 연내 전매 제한이 풀리는 분양권 물량은 3개 단지 2873가구로, 이달부터 ‘위례 자이’, ‘위례 중앙 푸르지오’(11월), ‘위례 아트리버 푸르지오’(12월) 등이 차례로 해제된다.
현재 분양권 웃돈 시세가 가장 높게 형성된 단지는 16일부터 전매 제한이 풀리는 ‘위례 자이’다. 이 아파트의 저층 테라스하우스 전용면적 121㎡는 웃돈이 최고 2억7000만원까지 호가하고 있고, 101㎡에도 최고 1억45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전용 121㎡ 테라스하우스의 경우 분양가(8억4230만원)와 웃돈을 합친 매맷값은 최고 11억1230만원에 이른다. 이런 분양권 웃돈 시세는 현재 수도권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보유 기간이 1년 이상 2년 미만인 분양권의 양도소득세는 양도소득 과세표준(양도차익에서 중개수수료 등 필요 경비를 뺀 금액)의 40%로 높은 편이지만, 이를 제하더라도 분양 1년 만에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시세차익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위례 새도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이 치솟으면서 매수 희망자들이 원하는 가격보다 매도 호가가 높아졌다. 하지만 3.3㎡당 2700만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인근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보다는 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시공사가 개발하는 위례 새도시는 서울 송파구와 성남, 하남시 경계에 위치한 ‘준강남’ 생활권에 속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공공택지인 위례 새도시 아파트 청약시장에도 ‘투기 광풍’이 몰아쳤고, 정작 실수요자들에게 아파트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 2013년 ‘9·1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더이상 대규모 공공택지를 개발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지난해엔 무주택자에게 유리했던 ‘청약 가점제’를 누구나 당첨이 가능한 ‘추첨제’로 바꾸는 등 민간아파트 청약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지에스(GS)건설이 분양한 ‘위례 자이’는 1순위 청약에 6만2670명이 몰리면서 평균 139 대 1, 최고 738 대 1(전용 134㎡ 펜트하우스)로 그해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계약일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떴다방’들이 밤을 새우며 분양권 불법 전매를 알선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부동산업계는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떴다방과 투기꾼들도 그동안 암암리에 거래했던 ‘위례 자이’ 분양권을 이달 16일 이후 거래한 것처럼 계약서를 꾸며 정식 명의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사전에 불법으로 이뤄진 고액 분양권 매매 건들도 이번에 거래 신고를 하게 되는데,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이른바 ‘다운계약’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운계약은 실제 거래가보다 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것으로, 매도자의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으로 이용된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분양권 거래 시장 투명화를 위해 지난달부터 시·군·구에 신고되는 분양권 실거래가를 공개하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