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부동산114, 1291개 주택형 실거래 분석
극심한 전세난으로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 전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6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의 8월 매매, 전세 실거래 자료를 분석했더니, 지난 한달간 매매·전세 거래가 동시에 있었던 수도권 1291개 주택형(단지별 및 평형별) 가운데 12%인 155건의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90% 이상에 계약됐다. 특히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90% 이상 단지 가운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주택형도 29곳(18.7%)에 이르렀다.
매매·전세 시세 역전 현상은 지난해 지방 대도시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수도권에도 일부 퍼졌으나, 실거래가 전수조사를 통한 한달간 거래 사례가 한꺼번에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매매·전세가 모두 이뤄진 405개 주택형 가운데 전세가율 100% 이상이 9건, 90% 이상은 48건(12%)이었다. 경기도는 766개 주택형 중 전세가율 100% 이상이 17건, 90% 이상은 98건(13%)에 이르렀다. 인천은 120개 주택형 중 전세가율 100% 이상이 3건, 90% 이상은 9건(8%)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한양 전용면적 60.06㎡는 지난달 2억7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으나 전세는 1500만원 높은 최고 2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강서구 화곡동 세림아파트 전용 21.64㎡는 지난달 매매 거래가 1억5100만원에 성사됐는데 전세는 최고 1억5200만원에 계약됐다.
월세 전환 가속화되며 전세난 가중
전세가율 90% 이상 12% 달해
서울·경기·인천 29곳 전세 역전 현상 서울 홍제한양 60.06㎡ 아파트
매매 2억7000만원, 전세 2억8500만원
군포 당정 대우푸르지오 84.99㎡
매매 2억8850만원, 전세 3억2500만원
경기 군포시 당정동 대우푸르지오 전용 84.99㎡는 지난달 3억25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데 견줘 매매는 2억8850만원에 팔렸다. 부천시 원미구 중동 은하마을(주공2단지) 전용 47.40㎡는 지난달 매매가 1억8800만원에 팔린 반면 전세는 이보다 1200만원 높은 2억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같은 1층에서 전세와 매매가격이 역전돼 눈길을 끌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의 전세 품귀현상이 심화되면서 매매-전세 가격의 차이가 1000만원 이하로 좁혀진 단지가 적지 않다. 저금리로 인한 월세 전환 가속화 현상이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케이비(KB)국민은행이 집계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72%, 서울은 70.9%로 1998년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다.
부동산 업계에선 전세가율이 천정부지로 높아진 데 따라 집주인 신용에 문제가 생긴 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깡통 전세가 될 위험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세 세입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전세금 반환보증도 아파트의 보증한도는 매매가의 90%로, 한도를 초과한 전세금액은 보호받지 못한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전세가율 90% 이상 12% 달해
서울·경기·인천 29곳 전세 역전 현상 서울 홍제한양 60.06㎡ 아파트
매매 2억7000만원, 전세 2억8500만원
군포 당정 대우푸르지오 84.99㎡
매매 2억8850만원, 전세 3억2500만원
8월 수도권 매맷값-전셋값 역전 주요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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