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입구에 분양 홍보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하반기 들어 청약미달 잇따라
7월 87개 단지 중 29곳 못채워
미분양 주택도 두달째 증가세
올 분양물량 2000년 이후 최대
2년 뒤 ‘입주폭탄’ 부메랑 올 수도
7월 87개 단지 중 29곳 못채워
미분양 주택도 두달째 증가세
올 분양물량 2000년 이후 최대
2년 뒤 ‘입주폭탄’ 부메랑 올 수도
최근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봇물을 이루면서 주택시장에 ‘공급 과잉’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에는 거의 없었던 청약 미달이 곳곳에서 잇따르고, 미분양 주택 수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5일 금융결제원 집계를 보면, 7월 한달간 전국에서 청약을 받은 아파트는 모두 87개 단지로 이 가운데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하고 청약이 미달된 단지가 3분의 1인 29개 단지에 이른다. 올해 들어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서 다달이 수십곳에서 신규 분양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달간 청약 미달 단지가 20곳을 넘어선 것은 7월이 처음이다.
지난달 말 분양된 경기 김포시 풍무2차 푸르지오는 일부 대형 주택형이 2순위에서 청약 미달됐다. 또 화성 송산그린시티 휴먼빌, 용인 마북리 신원아침도시, 포천시 구읍리 아이파크 등에선 무더기 미달이 발생했다. 동탄2새도시에도 처음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나왔다. 부영이 지난달 분양한 동탄2새도시 부영사랑으로 아파트는 2순위에서도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하고 전체 718가구 가운데 188가구가 미달됐다. 공공택지인 구리 갈매지구 푸르지오, 고양 원흥지구 동일스위트 등은 1순위에서 미달된 뒤 2순위에서 겨우 청약을 마감했다.
최근 청약 미달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거나 주변 시세에 견줘 분양가격이 높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경기도 구리 갈매지구, 고양 원흥지구 등 서울과 인접해 있고 분양가격이 비싸지 않은 공공택지 아파트도 1순위 미달이 잇따른 점은 예사롭지 않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반기에는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청약 미달 현상이 번져 나갈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때맞춰 미분양 주택 추이도 심상찮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5월 이후 두달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며 6월에는 3만가구(3만4068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빈집’을 뜻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6월 현재 1만2578가구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주택시장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건설업계의 아파트 물량 공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조사한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 아파트는 모두 24만가구로, 상반기에 공급된 19만가구와 합하면 연간 분양물량은 43만가구에 이른다. 이는 이 회사가 분양실적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건설업계는 내년 이후 주택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걱정하면서 최대한 연내 분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업계에선 건설사들의 이런 ‘밀어내기식’ 분양물량 증가는 2년여 뒤 입주물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입주 폭탄’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올해 25만2천여가구인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엔 26만9천가구에서 2017년엔 28만4천여가구로 증가한다. 특히 이런 입주물량 가운데 임대용을 뺀 순수 분양주택은 올해 19만3천가구에서 2017년에는 26만8천가구로 올해보다 38% 이상 늘어난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난으로 인해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실수요자라면 사정이 어려워져도 입주는 하겠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투자 수요는 입주 때 집값이 하락할 경우 무더기 투매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입주 아파트 공급 과잉이 빚어지면서 완공 후 미분양 주택이 무려 5만가구를 넘어선 적이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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